우리는 현재 편집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에디톨로지'(김정운 작)라는 책이 나왔겠는가. 모든 미디어들은 뉴스를 편집해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SNS까지도 편집된 자료나 정보들이 올라오는 추세이다. 어쩌면 '진실을 왜곡하여 바라보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있는 것이다. 정치는 더 그렇다. 여당은 여당이 보고 싶은 것을, 야당은 야당이 생각하는 방향만을 고집한다. 남녀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온 남자들과 금성에서 온 여자들이 극단적 입장에서만 자기 주장을 하고 있다.

이번주 목요일부터 골목실험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우리들의 행복한 마지막을 위하여'를 연습하면서 편집의 무서움을 느꼈다. 필자는 연기를 하기 위하여 분석을 할 때, 팩트를 철저히 체크하는 편이다. 그런데 친한 후배가 팩트를 철저히 체크하지 않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편집해 캐릭터 자체가 구축이 안되는 과정을 봤기 때문이다. 줄 곧 연기가 안된다는 호소에 분석과정을 보았더니, 팩트가 아닌 편집된 상상력으로 분석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대본을 같이 보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7명의 배우 중 5명이 그런 식으로 분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극을 풀어가는 연출가이기도 하고, 무대에 서는 배우이기도 하다. 배우 혹은 연출가가 팩트를 체크하지 않은 채, 자신이 바라보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며 편집을 한다면 관객들은 의아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 배역을 완성하고 무대를 만들어 극은 올라가겠지만, 극 스토리 자체가 혼돈스럽게 될 것이다.
연극에서도 편집은 필요하다. 희곡에서 공연대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편집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연 관계자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편집의 시대에서 연극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편집된 매체들에 밀려나고 있는 연극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만 할 수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카타르시스(정화)의 과정이 일어나게 하려면, 편집의 기술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롭고, 편하게 생각하는 방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자신의 개똥철학만을 팩트라 여기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에는 이념 편향에 편집이 기술이 더해지면, 그 사건의 본질마저 왜곡된다. 연극 역시 순수예술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편집은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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