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 연기의 창시자(닉네임 '눈알왕자')라 불리는 인기 방송인 김민교가 이달 7일 대구를 찾았다. 다음달 16일까지 대구역 인근 송죽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코믹연극 '발칙한 로맨스'에 출연하기 위해 온 것. 그는 이 연극의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도 맡고, 심지어 배우로도 무대 위에 올랐다. 1인 3역을 무난히 소화했다. 다만, 바쁜 스케줄상 매번 출연할 수가 없어 대구 공연에서는 7일 하루만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7일 공연은 객석이 꽉 찾으며, 공연 후 반응도 좋았다. 오랜 무명 생활과 고생 끝에 인기 방송인이 된 후에도 연극 극작·연출·배우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민교의 인생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tvN 인기예능 프로 'SNL코리아'의 크루(조연급 고정 출연)
김민교는 tvN 인기예능 프로 'SNL'에서 개그맨 이경규의 눈알 돌리는 연기를 능가할 정도 큰 눈과 눈알을 이용한 다양한 개그연기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SNL'에 고정크루로 출연하면서, 인지도도 높아지고 무명 배우로는 타이틀도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에게는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눈알왕자'라는 별명도 이 때 얻었다. 눈알 연기에 물이 오르면서, 시청자들은 김민교의 눈만 봐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민교가 '눈알연기'로 큰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에는 MC 신동엽의 조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방송 베테랑 신동엽은 무명 배우로 들어와 매번 열심히 하고 있는 김민교에게 '넌 별명이 뭐냐'고 물은 후에, "특별한 것이 없으면 눈이 엄청 크니, 눈알왕자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후 김민교는 자신만의 특징인 큰 눈을 살린 눈알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해, 큰 히트를 치게 됐다.
김민교는 '무명시절과 지금이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알아보니 신기하다. 특히 장인·장모가 '우리 사위가 인기 방송인이 됐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에게도 뿌듯한 마음이 들어 가장 좋았다. 동남아 등 외국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이들이 있어 '이것이 인기구나' 생각했다" 답했다.
그는 'SNL'이 종방 된 이후에 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연극 및 이벤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케이블 방송(tvN)의 또다른 예능프로에도 섭외돼, 맹활약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럽고 힘든 무명시절을 잘 견뎌낸 배우
김민교는 1974년생이다. 아버지가 한 때 유명한 의사였지만 큰 사기를 당한 후에 스님이 되어 출가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부유한 집 아들에서 졸지에 판잣집 생활이 시작됐다.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이를 악물고 밑바닥 인생을 견뎠다. 막노동부터 불륜현장을 잡아내는 사설 탐정, 외국인 가이드 등 남들이 잘 경험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이색적인 아르바이트 경험은 현재 연기하는데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없다. 가족을 힘들게 내팽개치고, 혼자 절에 들어간 것은 안타까웠지만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아버지의 정신세계에는 배울 점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대학로 연극판에서 10년 넘게 활동했으며, '동승', '헬로우 마이 러브', '안녕 UFO' 등 연극 30여 편에 출연했다. 연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될 무렵에 상업 영화에도 단역 및 조연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런 생활 끝에 장진 감독의 추천으로 'SNL'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배우 강성진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강성진은 15년 전, 김민교의 무명시절에 "너라는 배우의 가능성에 투자한다"며 매달 30만원 달하는 연기학원 수강료의 몇 개월치를 아무 말 없이 대신 내줬다.
◆"기회는 분명히 온다"는 강한 믿음
힘든 시절을 견뎌낸 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강해졌다. 그는 힘들던 시절에도 "기회는 분명히 온다"는 자기 최면을 걸었다. 아버지가 출가했을 때도,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정신적으로 약해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건강한 채찍질을 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던가. 'SNL'이라는 복덩이가 그의 배우 인생에 찾아왔다. 9년 전, 이 가난한 무명 배우과 결혼해 준 아내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김민교는 미국 헐리우드 배우 짐 캐리와 홍콩 배우 주성치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가 두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희극과 정극을 넘나들면서 보며주는 다양한 표정 및 액션 연기가 압권이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또 한번 기회가 온다면 김민교만의 웃프고(웃기면서 슬픈) 정제된 연기로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45세인 그는 현재도 연극, 영화, 방송 등 자신만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총집결시키고 있다.
대구에 대한 좋은 추억도 갖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처음 대구를 찾았다. 당시 대구에 머물면서 하룻밤을 잤는데, 친절한 분들과 맛난 음식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대구는 공연예술도시로서 좋은 인프라(극장 등) 뿐 아니라 수많은 연극, 뮤지컬 팬들이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더 자주 대구를 찾아 무대 위에서 직접 만나거나 제 작품을 연출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민교가 1인3역(대본·연출·연기)을 한 연극 '발칙한 로맨스'는 남녀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로 주인공 수지와 봉필의 다시 만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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