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꼬리가 위로 치켜진 여자(남자라 해도 상관없다)가 있었다. 자신을 왜 이렇게 낳았느냐고 속으로 부모님을 수도 없이 원망했다. 그래서 2세라도 제대로 된(?) 눈을 갖게 해주겠다며 눈꼬리가 아래로 처진 남자를 남편으로 선택했다. 결과는? 한쪽 눈꼬리는 위로 치켜지고, 다른 쪽 눈꼬리는 아래로 처진 2세가 태어났다.
유전의 이런 '희망 배신'을 잘 알고 있었던 이가 버나드 쇼였다. "우리가 결혼하면 머리는 당신을 닮고 외모는 나를 닮은 완벽한 아이가 나올 거예요"라는 이사도라 덩컨의 제안에 그는 "내 외모와 당신의 머리를 닮은 아이가 나온다면 어떡할 거요?"라고 했다. (잘 알려진 일화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쇼에 관한 가장 정확하고 완벽한 평전으로 평가받는 헤스케드 피어슨의 '버나드 쇼-지성의 연대기'에는 이사도라 덩컨이 아니라 "취리히의 연설가라는 이상한 여인"이 그렇게 제안했다고 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딱 그 꼴이다. '최저임금 인상→소비 증가→기업투자 활성화→소득 증가'가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소상공인의 지급 여력 고갈-고용 축소-실업 폭증과 소득 격감'이란 희망 배신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한 이념적 편향의 단세포적 사고의 결과다.
케인스가 불황 극복을 위해 정부에 의한 '유효수요' 창출이란 새로운 접근을 제시하기 전까지 경제학은 '일반균형이론'이 지배하고 있었다. 불황, 실업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고통을 참고 견디면 장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경제는 스스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가로움'도 같은 논리다. 좋은 날이 올 테니 소득주도성장이 '창출'한 소득 감소와 실업의 고통을 참고 견디라는 것이니. 이런 '인내의 강요'에 대한 케인스의 반격은 통렬했다. "장기는 현재 사태에 대한 잘못된 길잡이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장기적으로 불황이 물러가고 경제가 균형을 찾는다 해도 그전에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물론 93억원의 재산가인 장 실장이 그럴 가능성은 '0'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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