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신음하는 형산강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김지석 동부지역 본부장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에는 흥미로운 설화가 깃들어 있다. 옛날 포항과 경주 사이에 형제산이 있었는데 신라 말기에 형제산이 형산과 제산으로 갈라져 그사이를 강이 흐르게 되었고 그 강을 형산강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울산 울주군에서 발원하여 경주를 지나 포항 연일읍을 거쳐 영일만으로 흘러든다. 수량이 풍부한 강이다.

형산강은 2년 전부터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식수 문제가 불거졌다. 형산강의 지류로 포항철강공단을 지나는 구무천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했고 형산강에도 중금속이 흘러들었다. 포항시가 조사한 결과, 하천 퇴적물 오염 평가에서 수은 4등급 기준을 초과하는 구간은 유강보 하류 400m에서 영일만 유입부까지로 나타났다. 구무천과 공단천 전 구간의 퇴적물 역시 처리가 절실하다.

포항시는 형산강(지천) 중금속 정밀조사 및 하천복원 기본계획, 구무천공단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마무리했고 문제 구간의 환경 준설을 통해 오염원을 제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3천7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형산강이 국가 하천인 만큼 중앙정부가 해결하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포항시는 중금속 안정제로 수질을 관리하면서 오염 원인자 조사와 구무천 중금속 오염 차단, 하수관거 정비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 환경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현 정부 들어 환경부는 국가사업 등에서 환경 점검을 철저히 하도록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물 관리 일원화의 주무 부서도 환경부로 정리됐다. 권한과 책임이 더 커졌으며 미세먼지 대책 등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지난 4월에는 수도권 일부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중국의 폐자재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폐비닐 등의 수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쓰레기 대란' 사태에 대한 대처가 허술해 장관의 위기 대처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환경부가 형산강 수질 개선 문제에 적극적으로 응할지 우려스럽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데다 미세먼지 문제 같은 전국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항시가 지역 국회의원과 도의회, 시의회, 관련 기관 등과 협력해 총력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도 환경부가 관심을 갖기를 촉구하려는 것이다. 포항 지역구의 박명재 국회의원과 김정재 국회의원도 지역 현안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능동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지역적 사안일 수 있어도 50만 시민의 식수 문제를 소홀히 취급해선 안 될 것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오르긴 하지만, 과거에 낙동강 페놀 사태 때 '페놀 아줌마'라 불릴 정도로 수질 개선 운동을 벌였던 전력이 있는 만큼 형산강 수질 개선에 대한 포항 시민들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것이다. 장관 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환경부는 포항시의 요청에 응답해 형산강 수질 개선 관련 예산을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포항은 바다와 아름다운 산천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도시이다. 인구가 많지도, 적지도 않으며 도시의 기능을 골고루 갖춰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중요 주거 조건의 하나로 떠오른 수질을 개선시켜 포항시민의 근심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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