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선거 끝난 지 언젠데 아직 앙금 남은 국회의원·단체장

6·13 지방선거 이후 자치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앙금을 풀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아졌다. 행사장에서 마주치면 마지못해 인사를 나누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편이고, 아예 모르는 체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단체장이 늘면서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긴 하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국회의원과 단체장이 공공연하게 갈등을 빚는 곳이 꽤 있다. 김문오 달성군수와 권영세 안동시장은 무소속으로 힘겹게 당선됐기에 지역구 국회의원과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공·사석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현안을 놓고 논의할 생각조차 없으니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민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용 구미시장과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관계도 냉랭하다. 민주당이 구미를 경북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뜻을 보이고 있으니 국회의원들의 심기가 편할 리 없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최기문 영천시장과 이만희 의원은 경찰 출신이긴 하지만, 선거 때의 앙금으로 긴밀한 협력은 어렵다고 한다.

대구경북에서 양자의 정당이 다른 경우는 많지 않았기에 둘의 관계는 긴밀하거나 종속적인 모습이었다. 자유한국당 일색의 ‘동종교배’에 젖어 있다가 새 환경에 노출되자,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여야, 무소속이 동거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므로 현재 상황을 ‘비정상화의 정상화’로 보는 것이 옳다.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인간적 갈등은 어쩔 수 없다지만, 둘 다 지역민을 보고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해야 한다. 둘에게 부과된 주된 임무는 주민에 대한 서비스다. 지역 현안 해결이 중요한데도 밉다고 말도 섞지 않는 것은 소인배의 행태다. 서로 협력하고 돕는 것이야말로 지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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