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같은 날 두 번째로 법의 심판대에 선다.
대법원은 법리 문제만 따지는 법률심인 만큼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판단은 사실상 이날 선고로 끝이 난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10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11시부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항소심 선고가 진행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주연' 격인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1심 때와 달리 같은 날 선고를 받게 됐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1심 단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심리를 받았으나 박 전 대통령이 중도에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심리가 늦어져 선고 기일도 분리됐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어떤 재판에도 나오지 않고 있어, 이날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법정에서 재회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하는 등 총 18개에 이르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하지 않았고, 검찰만 일부 무죄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13개의 혐의를 공유하는 최씨는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에서 핵심쟁점은 삼성그룹의 각종 출연·지원금 등에 적용된 뇌물 혐의가 얼마나 인정되느냐다.
총 433억원에 달하는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한 세부적 판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1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심마다 차이를 보였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으로 약속·지급한 213억원 가운데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용역대금과 마필 값 등 72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삼성이 지원한 말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보고 용역대금 36억여원과 말·차량을 공짜로 탄 '이익'만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1심은 마필 구매대금 등을 포함한 72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2천800만원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의 1심에서만 제삼자 뇌물 혐의가 인정됐다. 이후 이 부회장의 2심과 박 전 대통령·최씨의 2심에서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은 이 부회장의 1·2심, 박 전 대통령·최씨의 1심 모두 제삼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적용한 제삼자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것은 범죄 성립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의 개별 현안이나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박 전 대통령이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삼성 측이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무죄로 결론 낸 각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따라서 이날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하느냐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 형량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부회장의 상고심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청탁 유무를 가리는 핵심 증거로 꼽히는 이른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이 롯데그룹에 K스포츠재단 출연금 7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혐의를 두고 이날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이번 판단 결과에 따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결과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1심에서는 나란히 이 70억원을 제삼자 뇌물이라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롯데가 면세점 특허를 취득하게 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70억원을 출연했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신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강요 혐의와 현대자동차에 최순실씨의 광고회사와 계약을 맺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도 쟁점이 된다. 이 혐의들을 놓고 1심에서 일부 무죄라고 판단했고, 검찰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날 선고가 끝나면, 10월 초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을 제외한 국정농단 사건의 2심이 사실상 마무리된다.
사실관계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모두 끝나고, 대법원에서 법리적인 쟁점을 두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일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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