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북제재 위반을 '주권 행사'라는 문 정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금 문 정부의 분위기로 보아 미국의 동의나 대북제재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개설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의 23일 정례 브리핑은 이런 관측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도 개성공단 부지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를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점은 다음 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정부의 이런 ‘의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 대북제재 금지 품목의 북한 반출이다. 문 정부는 6~7월 연락사무소 개소를 준비 중인 남측 인력이 쓰는 것이라며 석유와 경유 80t(1억여원 상당)과 여러 대의 발전기를 북한으로 반출한 데 이어 총 115t(10억원 상당)의 철강·구리·니켈·보일러 등도 북한으로 보냈다. 모두 유엔 대북제재 대상이다.

이에 대한 외교부의 설명은 연락사무소에 대한 물자와 장비, 전력 공급은 대북제재 목적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 제재의 규정은 다르다. 정유 제품은 누가 쓰는지와 관계없이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제재 위반 여부를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문 정부는 난데없이 ‘주권’ 운운하고 나섰다. “연락사무소 개설은 주권국가의 문제”이며 “연락사무소가 제재 위반이면 북한에 있는 다른 대사관들도 제재 위반이냐”는 것이다. 전형적인 초점 흐리기다. 문제가 되는 것은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대북제재 품목의 북한 반출이다.

‘북한에 있는 다른 국가 대사관도 제재 위반이냐’는 소리는 더 어이없다. 유엔 제재에 대사관은 일언반구도 없다.

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재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문 정부의 대북경제협력 조급증이 그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의 촉진 동력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지원이 북한 핵개발을 도왔다. 문 대통령은 역사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왜 대북제재를 앞장서 위반하면서까지 연락사무소를 재개하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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