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혐오(嫌惡)다.
한남유충, 김치녀, 수구꼴통, 좌빨, 틀딱이, 일베, 메갈, 개독…. 불과 2년 만에 생겨난 혐오 단어다. 모두 여성·남성 혐오, 보수·진보 혐오, 세대 간 혐오, 종교 혐오를 상징하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모이면 누군가를 혐오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공동의 혐오 대상을 가진 사람들은 친해지고 뭉치는 현상까지 보인다.
인터넷, 정치 게시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미움과 혐오가 판을 치고 사람들은 이를 즐긴다. 외국인들의 눈에는 마치 한국은 전 국민이 혐오 중독에 빠진 것 같고, 혐오 에너지가 온 나라를 지배하는 듯 보일 게다.
남녀 간, 세대 간, 보수·진보 간 분열과 갈등에는 상대를 인정 않으려는 혐오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최근 워마드와 일부 여성단체가 중심이 된 서울 혜화역 시위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했다. 대통령에게 죽으라고 조롱하는 시위 현장에 국무위원이 참석한 것이다. 정 장관에게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진보적 입장을 탓할 수는 없지만 국무위원으로서는 아주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혐오는 개인을 파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민들 간 신뢰를 무너뜨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혐오가 국가적 불행으로 이어지는데도 우리 사회의 리더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혐오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 오히려 혐오를 앞세워 혐오 정치를 거리낌 없이 한다.
혐오는 다수와 소수,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강자와 약자 간 상대를 서로 비하함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챙긴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이기는 하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혐오 표현(hate speech)을 활용한 정치가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동성애는 하늘의 뜻에 반하기 때문에 엄벌해야 한다"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난해 대선 당시 발언과 "동성애로 에이즈가 늘어난다"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발언은 한국에서도 '혐오 정치'가 일상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우리 사회에서의 혐오는 이제 개인적 취향을 떠나 사회적·정치적 취향으로 고착화되면서 사회·정치 리더들의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발산하는 혐오는 언젠가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런 이유로 혐오를 만들고 유포함으로써 자신의 이익과 쾌락, 권력을 생산하고 강화하며 유지하는 자들을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혐오 정치를 막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 선거 때는 다수에게 지지를 얻으면 되기 때문에 혐오 표현 문제가 더 격화될 수 있다.
선거 시기 혐오 표현은 선거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혐오 표현을 형사범죄로 다룰 경우 정쟁으로 번지거나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에다 처벌할 수 있는 표현이 극히 일부로 한정될 수 있다.
따라서 선관위가 혐오 표현에 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비강제적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혐오 표현에 대한 예방·대응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더해 가장 근본적 대책은 혐오를 저주하는 국민의 매서운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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