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시니어문학상에 당선된 것이 기쁩니다. 이제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詩를 쓰는 것뿐이라는 것을 다시 마음에 새기게 해주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지난날들을 이끌고 막 도착한 지금을 사는 것이 아닐까. 현재는 지난날의 끝에 매달린 나뭇잎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견디고,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넉넉하게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를 보며 나이가 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시니어'는 슬프고 주눅이 드는 이름이 아니다. 뭔가 어수룩하거나 부족한, 나약한 것이 아니다. 빛나는 젊음이 숙성시킨 넉넉함과 그윽함과 신산함과 그 속에 담긴 맛깔스런 관조의 세계를 지니고 있다. 어느 시기나 나름의 특성이 있겠지만, 어느 시기도 갖지 못한 그 나이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바로 이것이 삶으로서의 진정성, 文學의 정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학교 2학년이었다. 나는 평범하고 무난한 학생이었다. 어느 날 교내 백일장이 열렸다. 그때, 나는 뜻밖에 장원을 하였다. 선생님께서 "진주가 흙에 묻혔으니 어찌 알았겠는가. 이제 그 진주를 찾았다"고 하셨다.
반세기가 넘은 일이지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아니, 새로운 길 하나가 내 마음에 깃들었는지도 모른다. 그 날 그 선생님의 격려가 700년 만에 피어나는 아라홍련처럼 한 평생을 견디고 다시 새로운 삶을 꽃 피우고 싶은 동력이 되었다. 쏠 베이지의 노래가 생각난다. 멀리 집을 나와 세파에 시달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돌아가 듯, 꿈 많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소녀로, 천천히 돌아가고 싶다.
文學이, 詩가 주는 치유의 기능을 믿고 싶다 그리고 문학이 나의 내면의 나와 만나게 하고, 노년의 쓸쓸함을 이기고 지나간 삶을 정리하고 나를 지켜내는 힘이 될 것임을 믿는다. 문학소녀의 꿈이, 그 젊음이 숙성되어 문학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반려문학으로서, 그리고 삶의 진솔한 땀이 담긴 晩年의 문학을 꽃 피우고 싶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문학소녀이고 문학 소년이었다. 이 소년과 소녀들을 다시 호명해 꽃 피우게 해 준 매일신문사와 그리고 심사위원님의 격려에 거듭 감사드린다. 이 기쁨이 오래 만년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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