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잰걸음을 치는 사람. 뒤에 몇 명이 있느냐는 관심사항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보이고, 누군가 앞질러 가기라도 하면 그것이 마음을 콕콕 찔렀다. 어렸을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는 젬병이었던 나.하지만 딱 하나 잘하는 달리기가 있었다. 장거리 달리기다. 언제 쉬어야 할지 몰라 참고 달리다보면,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내곤 했다. 힘들지 않고 이기는 달리기가 어디있냐고 되뇌면서. 이젠 장거리 달리기마저 못하게 된 기분이지만.
때로는 전력질주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앞만 보고 달리면 되니까. 그러다 지칠 때, 이것조차 견디지 못하는 나를 나약하다 채찍질하면서.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일본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빌려본다. 바쁘게 살면 잊어버린다고 하지 않는가. 달리는 법만 아는 사람들은 멈출 줄을 모른다. '작작 뛰라'는 몸의 신호를 무시할 테다. 하나가 끝나면 다음 목표를 내놓으라고 닥달하면서. 쉬는 시간을 알아차리는 것 또한 능력이다. 지쳐 쓰러지고 나서야 한참이나 오버페이스를 했다는 걸 알아차릴 테니까.
달리고 있자니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똑바로 달려왔을까. 뒤를 돌아볼까 고민한다.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쉽게 멈출 수 없는 건, 누군가 나를 추월할까 겁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혹여 엉뚱한 방향으로 왔다는 사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 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으로 얼버무리고 있다'는리틀 포레스트의 대사처럼. 멈춰서서 내가 온 길을, 앞으로 갈 길을 돌아보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지금 쉬어도,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토끼의 여유. 동화는 늘 교훈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잘 쉬는 사람이 되면 좋으련만, 멈추는 것에 대한 묘한 두려움이 있다.
멈춤이란 쉼표일까, 마침표일까. 분노와 절망의 유혹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다. 그저 목적없이 바쁘게만 이어온 삶, 무언가 바쁘게 살기는 하는데, 잡히는 것은 없는 이상한 공허함이 있다. 어쩌면 세상은 내게서 멈출 수 있는 자유를 앗아갔는지도 모르겠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쉬어 본 적 없어서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고 외쳐대던 광고 카피가 주는 함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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