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 디스 스포츠?"
26일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가 중계되기 시작하자 세계 각국 취재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튿날인 27일부터 국가대표 드림팀으로 구성된 한국 롤 대표팀의 경기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기자도 e-스포츠가 열리는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로 향했다. 주 경기장인 겔로라 붕 카르노(GBK)에선 직선거리로 13km 이상 떨어져 있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빠르다는 오토바이로도 40분 이상 걸려 관중들이 발걸음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경기장은 아시아 각국에서 온 관중들이 제법 앉아 있었다. 중국 관중이 대다수였지만 한국에서 온 응원단도 눈에 띄었다.
경기장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 빨강, 파랑 조명이 화려하게 빛났고, 대형 전광판에선 게임 화면이 그대로 중계됐다.
e-스포츠는 세 경기가 동시에 진행됐는데 한가운데 위치한 메인 무대에서 한 경기, 그 양 옆 보조 무대에서 두 경기가 열렸다. 그러나 보조 무대 경기는 현장에서 경기 진행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 보였다.
이상혁(22·SK텔리콤 T1), 김기인(19·아프리카 프릭스), 고동빈(26·KT 롤스터), 한왕호(20·킹존 드래곤X), 박재혁(20·Gen.G LoL), 조용인(24·Gen.G LoL) 등 포지션별 최고 게이머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은 이날 1차전 베트남전을 16대8로 이기며 첫 승을 따냈다.
1시간 30분을 쉰 한국대표팀의 2차전 상대는 중국. 한국이 앞서던 상황에서 통신 장애로 경기가 3차례나 중단됐지만 한국은 게임 재개와 동시에 중국을 무너뜨리고 승리했다. e-스포츠에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도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시범종목'이기 때문에 메달 집계에서는 제외되며 선수들이 받는 혜택 역시 마찬가지다. e-스포츠는 4년 뒤 항저우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
하지만 이날 한국대표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한참 남아 보였다. 이날 최고의 빅 매치였던 한국과 중국 경기는 국내 지상파에서 생중계할 정도로 시민 관심이 높았지만 기본 중의 기본인 경기장 통신이 말썽을 부리며 경기가 자주 중단되는 촌극을 빚었다.
다만 지금까지 신체 근력을 써야만 운동으로 인정받던 전통적 스포츠 관점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은 이번 대회의 긍정적 효과다. 자카르타 교민 이용호(28) 씨는 "평소 즐겨하던 롤이 아시안게임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경기장을 찾았다"며 "박진감 넘치고 협력을 통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여야 하는 롤이 스포츠로 인정받을 날이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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