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서울 중심 시각에서 대처하는 지역사회 이슈

김윤기 사회부 기자
김윤기 사회부 기자

지난 23일 대구기상지청에서 열린 계절 기상설명회에서는 유난스럽던 더위가 화제였다. 이날 전준항 대구기상지청장은 "(대구가 갖고 있던 국내 최고 기온 기록을 내준 것을 두고) 기뻐해야 할지 섭섭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구의 '더위부심' 을 거론했다.

역대 최고인 41℃를 기록한 홍천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올해 사상 최악의 더위 기록을 쏟아냈다. 수도권은 평균기온과 평균 최고 및 최저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고 폭염 일수도 역대 1위였다. 지난 6월부터 8월 20일까지 수도권의 평균기온은 25.7도로 평년보다 2.1도 높았고, 같은 기간 대구의 평균기온인 25.4도를 웃돌았다.

그래서일까. 서울 지역 언론들은 서울에 폭염이 몰려오자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에 폭염이 닥쳤을 땐 없던 반응이었다.

정부도 때맞춰 폭염을 지진이나 태풍처럼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7, 8월 전기요금을 일부 경감했고, 2016년 소폭 완화된 후 관심에서 멀어졌던 가정용 전기 누진제를 대폭 고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올해 들어서야 폭염 대책을 세운 정부와 달리, 대구경북민들에게 폭염은 일상화된 고통이다. 대구는 1942년 8월 1일 40도를 기록한 후 76년간 일 최고기온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의 기후 자료를 보면 대구가 서울보다 훨씬 더웠다. 대구의 8월 평균기온은 26.4도로, 서울의 25.7도를 웃돌았다. 7, 8월 최고기온도 대구는 30.3도와 31.0도를 기록했지만 서울은 28.6도, 29.6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수도권이 폭염에 시달리고 난 후에야 정부와 수도권 언론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수도권 지역이 해마다 폭염에 시달리는 동안에는 '대프리카' 등의 이미지로 가십화하더니, 정작 서울이 더운 날씨를 보이자 폭염을 사회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봉화 총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서울 지역 언론들은 같은 날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에서 9명이 숨진 화재 사고에 더욱 관심을 쏟았고, 비중 있게 다뤘다.

세일전자 화재에 따른 사망자 수가 더 많긴 했지만 민원인이 총기로 면사무소 직원들을 조준 사격해 숨지게 한 사건에 비할 바는 아니다. 화재는 예상치 못한 '사고'이지만, 고의로 총을 겨누고 죄없는 이들을 살해한 '사건'이 지닌 사회적 함의는 훨씬 더 크다.

귀농인과 마을 공동체의 갈등, 농촌 지역의 상수도 보급, 경찰의 부실한 대응과 총기 관리 등 짚어야할 사회적 문제도 더욱 깊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1주일이 지나도록 지방자치단체들만 대책 마련에 고심할 뿐, 정부 차원의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비슷한 사건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일어났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지역을 바라보는 정부나 서울 지역 언론의 시각은 늘 이런 식이다. 가치 판단의 기준을 서울에만 두고 사회적 현상을 바라본다. 이런 서울 중심의 시각이 지역 경제가 맥을 못추고, 지역 사회가 소멸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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