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카르타는 지금]일본이 점령한 인도네시아에 한국이 설 자리는 없을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주차장 모습. 인도네시아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이 일본차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현대, 기아 등 한국차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김병훈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주차장 모습. 인도네시아 차량 10대 중 9대 이상이 일본차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현대, 기아 등 한국차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김병훈 기자

'도요타, 다이하츠, 혼다, 닛산...'

자카르타 시내 도로에는 온통 일본차뿐이다. 한국차는 언감생심이고 유럽이나 미국차도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일본처럼 좌측 통행이어서 가끔은 여기가 도쿄인지 자카르타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0만대다.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합친 시장(319만대)의 3분의 1가량을 차지, 동남아 최대 규모다.

'빅 마켓'인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차는 97% 판매 점유율로 사실상 독점 중이다. 현대, 기아 등 한국차 점유율은 0.2%에 불과하다.

일본차와 일본오토바이에 친숙한 자카르타 시민들은 일본이란 나라 자체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듯했다. 동아시아인처럼 생겼으면 "아 유 재패니즈?"라고 묻기 일쑤다. 심지어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보단 일본과 중국을 먼저 알아주지만 인도네시아의 친일(親日)은 조금 남다르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유리스 씨는 영어는 기본이고 일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인을 만나 자신의 일본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다는 그는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일본 후쿠오카에 어학연수를 갈 예정"이라며 "한국은 일본에 머물면서 관광 삼아 가볼까 한다"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각별한 일본 사랑 덕분일까? 일본은 이번 대회 초반부터 한국을 가볍게 제압하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국에서 열렸던 1994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2위 탈환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호텔에서 TV를 틀어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쉽게 시청할 수 있다. 개방적인 편에 속하는 인도네시아 대중문화에서 만화, J-POP, 게임 등 일본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이 일본에 익숙한 까닭은 단지 일본차에 국한된 게 아니라 생활 문화 저변에 깊이 자리한 일본 문화가 근본 이유인 것으로 보였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디르만가에 마련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한복을 입은 현지인들이 남자 축구 8강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디르만가에 마련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코리아하우스에서 한복을 입은 현지인들이 남자 축구 8강전에 나선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한국의 K-POP도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대한체육회가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팀 코리아 하우스'에는 연일 자카르타 시민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다. 비보이와 치어리더 공연, 영화 상영 등 우리 문화를 알리는 전초기지 노릇을 톡톡히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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