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견 래리, 널 잊지 않을게"
6년 여간 과학수사에 힘을 보탠 체취증거견이 시신 수색 도중 뱀에 물려 순직했다. 대구 경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순직한 체취증거견 '래리'의 추모동판을 제작해 다음달 10일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과학수사계에 소속된 체취증거(Human Scent Evidence)견 래리(7·저먼 셰퍼드)는 지난달 23일 오전 충북 음성군 소(小)속리산에서 실종된 A(50) 씨의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폭염 속에서도 수색을 계속하던 래리는 뱀에게 왼쪽 뒷발등을 물렸고, 정오쯤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빠르게 독이 퍼지면서 결국 다음날 오전 5시 30분쯤 끝내 숨을 거뒀다.
래리가 대구경찰청에 배치된 건 2012년 8월이다. 생후 1년 6개월만에 배치된 래리는 6년여 동안 전국의 주요 강력사건 현장 39곳과 수색 현장 171곳에 투입돼 사건 해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체취증거견은 정해진 훈련을 받은 뒤 사건 현장에 투입돼 증거물을 발견하거나 실종자를 구조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적을 제압하는 경찰특공대의 수색견이나 폭발물을 탐지하는 탐지견과는 성격이 다르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경북 포항시 북구 오천읍 오어지 부근 야산에 묻혀 있던 곽모(43·여)씨의 시신을 발견해 사건 해결의 지대한 공헌을 했다. 당시 곽 씨의 시신은 등산로에서 30m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땅속 60∼70㎝ 아래 묻혀 있었다.
용의자인 남편은 "아내가 실종됐다"고 신고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여서 시신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이 밖에도 지난해 6월 경남 창원의 골프연습장 여성 살인 사건과 같은해 8월 경남 남해에서 발생한 경찰관 실종 사건 등에도 투입됐다.
경찰은 순직한 래리를 청도에 있는 반려동물 전문장례식장에서 화장한 뒤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이날 장례식에는 그동안 래리를 아끼고 관리해온 '핸들러'들도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경찰은 래리를 기리기 위해 래리의 사진과 공적 등을 기록한 추모동판을 만들어 과학수사계 입구에 달기로 했다. 래리의 핸들러로 활동해온 안성헌(33) 순경은 "평생 의로운 일만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래리가 이제는 좋은 곳에 가서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래리의 후임견은 올 연말까지 배치될 계획이다. 체취증거견은 사설 훈련센터 등에서 지내는 후보견 중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후임견이 오기 전까지는 대전, 부산, 울산, 경남 등 다른 권역에서 활동하는 체취증거견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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