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통계청장 교체 꼼수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학파는 '만물은 수로 되어 있다'라고 했다. 숫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 우주의 본질과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수란 정수(整數)와 정수의 비(比)로 나타낼 수 있는 수, 즉 유리수(有理數·rational number)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이를 완전하고 절대적인, 유일한 수라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의 제자인 히파수스가 무리수(無理數·irrational number)를 발견하면서 송두리째 무너졌다. 히파수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구했더니 제곱해서 2가 되는 수(1.414…)로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음을 알아냈다. 이에 대한 피타고라스학파의 대응은 참으로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었다. 무리수를 수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으며, 그 존재를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히파수스는 이를 외부에 알렸고, 이에 격분한 피타고라스학파 동료에 의해 지중해에 산 채로 수장됐다.

이런 일은 20세기 들어 소련에서도 일어났다. 1929년부터 시작된 스탈린의 농업집단화로 희생된 사람은 최대 1천 만명으로 추산된다. 스탈린 자신도 1942년 8월 "1천 만명의 농민을 처리했다"고 했다.

이오시프 디아드킨이란 소련 학자의 '1927∼1958년 소련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자연사의 추정 평가'라는 연구는 이를 실증했다. 그가 '농업집단화와 계급 청소의 시기(1929∼1936)'라고 분류한 기간에 자연사한 사람은 약 1천 만명으로 집계됐다. 1937년 소련 인구조사에서 이런 통계가 나오자 스탈린은 인구조사위원회 위원들을 처형해버렸다. 죄목은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인구를 줄이는 배신행위를 저질렀다"였다.

통계청장의 전격 교체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지우거나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그것을 찾아낸 사람을 제거함으로써 덮을 수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통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견지한 전임 청장을 면직하고 입맛에 맞는 통계를 '개발'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사를 새 청장으로 앉히면 소득주도성장이 파탄 나고 있다는 사실은 사라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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