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유니 소금사막투어가 끝난 후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까지 버스로 이동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멀쩡히 서있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버스터미널 앞에 북적이고 있었다. 알고보니 라파즈로 가는 도로에서 전복사고가 일어나 도로가 밤새도록 막힐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날은 일정 때문에 버스대신 비행기를 타기위해 우유니 공항으로 향했다.
우유니 공항은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버스터미널보다도 작아 신기했다. 노을이 어슴푸레 하늘에 비칠 때 쯤 라파즈에 도착했다.

3,600m 고지대에 위치한 라파즈는 남미에서 순수 인디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분지에 자리한 라파즈는 공기 순환이 좋지 못해 매연이 가득하고 빈민층이 많아 각종 지능적인 범죄로 악명높지만 예상치 못한 매력적인 요소들로 다시 가고 싶어지는 도시 중 하나가 된 곳이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마녀시장 근처였다. 마녀시장은 다른 곳 보다 물가가 비싸다고해 산책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둘러보았다. 나의 시선을 끄는건 여인들의 옷차림이었다. 화려한 패턴에 풍성한 치마와 중절모의 조합이 묘하게 어울렸다. 스페인 통치시절 유럽에서 건너온 온 의복이라고 한다. 여기에도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한다.
기혼여성은 중절모를 똑바로 쓰고 미혼여성은 삐뚤게 쓴다. 이국의 문물이지만 자신들의 전통으로 승화시킨 모습이 한편으론 대단해보였다.저녁을 먹기 위해 적당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정말 길거리음식이 많았다. 하나같이 맛이 좋고 저렴했다. 예림이와 나는 좋은 식당에서 가끔씩 호화로운 식사를 하고 대부분은 식비를 최소화 하기위해 가장 저렴한 것으로 끼니를 떼웠는데, 볼리비아는 이런 우리의 취향을 강렬하게 저격했다. 혹자들은 볼리비아에는 정말 먹을게 없다고 했지만, 우린 라파즈가 제일 맛있게 잘 먹은 도시 중 하나였다.

잉카인들의 뚝심이 음식에도 반영 되었는지 유럽강국의 오랜 통치로 다른나라에선 많이 볼 수 없던 전통음식도 다양하게 접했다. 우리는 따로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내구경하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케이크가 굉장히 맛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서울에서도 쉽게 맛볼 수 없는 굉장히 꾸덕하고 깊은 맛에 초코케이크와 레몬케이크는 영혼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디저트였다. 그 맛을 잊지못해 라파즈를 떠나기 전 그곳을 한번 더 방문했다. 해가지고 하루를 마무리 지을 즈음 라파즈에서 유명한 관광지인 케이블카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서 산비탈에 가득 박혀있는 빛들이 화려하면서도 아련했다. 라파즈 최고에 풍경이 빈민가의 야경인 것이 마음 한켠 씁쓸해서 였을까.

<내 생에 가장 뜨거운 피가 흘렀던 죽음의 도로>
다음 날은 설레며 기대했던 데스로드(death road)를 체험하는 날이었다. 데스로드는 이름처럼 매해 1천여명의 사망자가 생기는 죽음의 도로이다. 이 도로를 7명에서 15명정도 팀을 이루고 가이드 한명이 동행하여 오프로드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투어이다. 해발 4,650m에서 시작해 약 50km도로를 달려 1,200m까지 내려오는 코스이다.
오전7시 데스로드의 시작점인 '라 꿈브레'로 이동했다. 폭주족 스타일의 두꺼운 옷을 입고 헬멧과 다른 보호장구를 꼼꼼히 착용했다. 예림이와 난 다른사람들이 더 동행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운이 좋게 우리 둘과 가이드 이렇게 세 명만 가게 되었다.
출발 전 산악 자전거를 처음 타는 우리는 가이드로부터 브레이크 사용법등 간단한 설명을 듣고 다운힐이 시작되었다.
처음 21km정도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위를 큰 어려움 없이 내달렸다. 그 순간이 제일 재밌고 미칠 듯이 짜릿하다. 부실한 울타리너머 해발 4,700m의 위엄을 자랑하듯 엄청난 풍경이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이 아이슬란드의 잘 닦인 내리막 도로에서 롱보드를 타고 시원하개 내려오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아무 방해받지않고 끝없이 달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그런데 데스로드를 달리는 그 순간은 욕망이 충족을 넘어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두 번째 구간부터 10km정도의 비포장 도로가 시작된다. 첫 번째 구간에선 그나마 드문드문 있던 울타리가 사라지고 폭이 좁은 비포장 도로 옆으론 475m 낭떠러지였다. 멀리서 그 도로를 보았을 땐 어떻게 저길 지나가야하나 공포감이 엄습했는데 막상 그 길을 달려보니 그렇게 위험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속도를 좀 낼 쯤 사고가 발생했다.
돌부리에 걸려 자전거가 살짝 공중에 뜨면서 중심을 잃고 내 몸위로 자전거가 떨어지면서 완전하게 꼬구라졌다. 다행히 낭떠러지와 반대방향으로 넘어져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허리를 다쳤는지 5분정도는 정말 꼼짝도 못하고 누워있었다. 예림이는 그런 날 보면서 안쓰러워 하면서도 낄낄 웃었다. 겨우 몸을 추스린후 조심히 달렸는데 잠시후 예림이도 꼬구라졌다. 그제서야 예림인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겠다고 했다. 오고가는 아픔속에 미묘한 끈끈함이 생기는 순간이였다.

위험한 두 번째 코스가 끝나고 32km의 길고 긴 세 번째 코스로 진입했다.
솔직히 두 번재 코스가 많이 위험하긴 했지만 세 번째 코스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이곳은 폭포 물살을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점점 핸들을 잡고 있는 손과 어깨의 압박이 심해지고 해발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온이 올라가 두꺼운 폭주족 유니폼을 다 벗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이 모든 코스가 끝나고 '요로사' 라는 곳에 도착했다. 몸에 힘이 다 빠져서 한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라파즈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탔는데 그때가 데스로드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비가와서 가시거리가 5m도 되지 않는 산길을 미친 듯이 빠르게 내려가는 운전사 때문이었다. 매년 1천명가까이 이곳에서 사망하는 이유도 자전거 투어 중 사망하는 것이 아니고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져서 사망한다는 것이었다.우리는 차안에서 긴장해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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