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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Be Ambitious!" 누구나 어릴 적 책상머리에 붙여두고 한번쯤 읽어 봤음 직한 문구다. 1876년 홋카이도대학 초대 교감을 지냈던 월리엄 S.클라크가 청년들에게 일갈한 명언으로 전해진다. 그 문구는 이제 이렇게 바뀐다. "Whoever! Take your time in Hokkaido!" (홋카이도에서는 천천히 즐기세요) 홋카이도 여행에서 명심해야 할 단 하나의 원칙, '긴 호흡으로 만날 것. 서두르지 말 것'. 홋카이도는 마음을 열고 온갖 가슴으로 느끼는 힐링 치유의 여행지다. 보는 여행지가 아니라 느끼는 여행지다. 철저히 자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느리면 느릴수록 감동은 배가 된다.

◆낭만 길 도야호(洞爺湖) 라이딩 - G8 개최지
무로란시(室蘭市)에서 도야호(洞爺湖)로 향하는 37번국도. 약50여Km를 달리면 도야호로 향하는 오르막이 나온다. 꽤나 긴 터널을 지나면 2008년 G8 회의가 열려 유명세를 탄 도야호를 만난다. 여기서 여행팀은 크게 양 갈래로 갈라진다. 패키지 차량들은 죄다 오른쪽으로 향한다. 모두들 호수를 따라 펼쳐진 조형물을 따라 사진을 찍고, 호수 가운데 놓여진 나카지마섬(中島)을 향하는 유람선을 탄다. 그러곤 휑하니 도야호를 빠져 나간다. 이렇게 보면 아주 조금만 본 거다. 자전거 라이딩은 반대다. 왼쪽으로 도야호의 숨겨진 속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도야호 갓길을 따라 자연스레 음유시인이 된다. 아!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경관들이 펼쳐진다. 첩첩산중을 들어선 듯 우거진 숲속을 지나는가 싶으면 짠하고 호수의 광활한 경관이 확 펼쳐진다. 자연이 던진 그대로의 꼬불꼬불한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진다. 멀리 호수 가운데 나카지마섬을 바라보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자연스레 입이 흥얼댄다. 운 좋으면 구름 속에 가려진 요테이산(羊蹄山)도 만난다. 안내소가 있는 마을 어귀까지 약 12Km를 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43Km 호수일주를 하고픈 욕심이 굴뚝같다. 과일을 파는 무인판매소도 만난다. 100엔 동전을 빈 통에 넣고 왕방울 토마토를 물었더니만 입가에 터지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호수와 숲과 섬들과 구름과 하늘! 단연코, 도야호 라이딩은 홋카이도 코스 중 백미의 하나다. 날이 어둑해져 숙소가 있는 온천지대로 간다. 도야호에서 하루를 묵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을 지는 도야는 더욱 아름답다. 8시가 되면 불꽃놀이도 한다. 약10분 이상 이어진다. 쏠쏠한 재미다. 문득 우리나라에서 달렸던 '영랑호, 의암호, 대청호' 라이딩을 떠올린다. 실비 내리는 의암호 라이딩의 감동도 분명 놀라웠지만 부득이하게 도야호 쪽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도야호는 진정 엄지척이다.

◆러브레터와 오르골의 도시 오타루(小樽)
무로란, 노보리베츠(登別), 도야호에 이어 홋카이도 최고의 여행지 오타루를 간다. 도야호에서 오타루는 꽤나 먼 거리라 부득이 JR을 탄다. 홋카이도는 생각 이상으로 큰 땅덩이다.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없어 삿포로에서 갈아타야 한다. 오타루는 두말할 나위 없는 최고의 낭만 여행지이다. 연인들의 도시다. 명치시대의 낡은 건물들을 따라 그 흔적 그대로 조성된 운하 길은 밤낮없이 사진의 명소가 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러브레터의 배경지로 쓰였던 다리 위에서만 북적대지만 자전거는 약 4Km 정도 펼쳐진 운하길 끝자락과 오르골 골목길을 속속들이 천천히 달린다. 참 기분이 묘했다. 자전거로 오타루를 다시 찾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현실이 되다니! 북적이는 인파 속에 과시하듯 자전거를 들이밀고 증거사진을 푹푹 찍어댄다. 야릇한 쾌감이 입가에 흐른다. 오르골 가게로 들어서고 싶지만 한번 빠지면 정신 줄을 놓을듯하여 입구에서만 서성댄다. 시계탑 벤치에서 커피 한잔으로 오타루의 낭만을 마무리한다. 때마침 남미 출신의 거리 악사가 연주하는 '엘 콘도르 파사'는 문득 추억을 자극한다. 몇 해 전 페루 마추픽추를 가기위해 머물렀던 쿠스코의 악사들이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엘 콘도르 파사'가 떠올랐다. 오타루에서 마추픽추를 만나다니 감동은 보너스다.
◆홋카이도 최대도시, 눈축제(雪祭り)의 성지 – 삿포로(札幌)

오타루를 떠나 5번 국도를 따라 홋카이도 최대 도시 삿포로로 향한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작은 언덕도 몇 개를 넘는 약35Km 정도의 길이다. 왼편에 러시아와 맞닿은 오호츠크해를 바라보며 달린다. 사실, 어디서나 똑같은 바다이지만 괜스레 교과서에서나 들어봄직한 오호츠크해를 들먹이니 더 진한 바다색으로 비춰진다. 서 너 차례 가볍게 숨을 몰아쉬고 언덕을 올랐을 무렵 예쁜 카페가 시선을 끈다. 이름도 'View cafe'이다. 별달리 기대하지 않고 들어선 카페는 압권이었다. 넓은 창밖으로 오호츠크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희미하게 오타루 시가지가 펼쳐진다. 메뉴도 가격도 서비스도 음식 맛도 착하다. 당연히 전망도 최고다. 1,000엔짜리 카레라이스는 지금껏 맛보았던 일본카레 중 단연 최고였다. 샐러드도 주고 커피도 준다. 화장실 내부의 꾸밈도 최고다. 볼일은 고사하고 화장실 내부 사진 찍는다고 바빴다. 이게 뭐지. 기대치 않은 곳의 큰 발견이었다. 오타루에서 삿포로 가는 길의 'View cafe' 는 'Must-visit' 의 한 곳이 되었다. 어둑해질 무렵 삿포로 시가지로 들어선다. 홋카이도 인구 500만 중 200만 명이 살고 있는 최대의 도시다. 1972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삿포로는 대변신을 시작했고, 매년 2월 펼쳐지는 눈축제(=유키마츠리)는 누구나 한번쯤 와 보고픈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가 되었다. 늦은 시간 폭이 105미터나 된다는 오오도리 공원은 깜깜해져 있었고 삿포로 상징인 시계탑은 수리 중이라 아쉬움을 더해주었다. 야경이 유난히 아름다운 삿포로역으로 향했다. 역 인근에 '삿포로 생맥주 한잔 250엔'이라는 안내판을 써 붙인 거리 바에 들렀더니만 "자전거 타고 왔느냐?"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 죄송하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는 술을 팔지 않는다." 고 딱 자른다. 뜨끔했다. 규칙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라이딩 후 일상적으로 객기를 피우는 우리네가 살짝 부끄러워졌다. 일본 도시의 역들은 어디나 그렇지만 도시 건축물의 상징이다. 그중 삿포로역은 유난히 더 예쁘고 웅장하다. 불빛이 화려한 삿포로역을 배경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숨 가쁜 하루였다. 도야호에서 오타루 시가지, 삿포로까지 길고긴 하루의 일정을 마친다.

숙소로 돌아오니 몸을 꼼짝할 수가 없다. 달랑 가방 하나 어깨에 메고 몇 날 며칠씩 이루어지는 라이딩은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한다. 옷도 예비복 딱 하나다. 저녁의 빨래는 필수다. 낮 동안의 장거리 라이딩을 마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저녁이 되면 무조건 빨아서 말려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가끔씩 세탁을 놓치는 날에는 찜찜함이 극을 이룬다. 피곤함에 살짝 잠들었다가 놀란 듯 일어나 땀에 전 옷가지들을 열심히 빨고 나서 맥주 한잔으로 홋카이도 남부지역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이제 꽃의 도시 화인가도(花人街道), 아사히가와(旭川), 비에이(美瑛), 후라노(富良野)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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