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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내년도 예산 정부 외면…심리적 고립과 체념 분위기에 총체적 위기 직면

부산시와 광주시, 전남도, 대전시, 세종시는 내년도 국비 사업 예산이 대폭 늘어나 역점 사업들이 탄력을 받게 된 가운데 대구시와 경북도의 국비 사업 예산만 크게 줄어들면서  'TK 패싱'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국비 지원 급감 현상이 계속된다면 대구경북의 미래 성장 동력도  잃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분권과 예산 관련 전문가들은 대구시와 경북도의 전략 부재를 지적하면서도 중앙 정부의 지역 안배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 정부의 외면과 함께 대구시와 경북도가 아직도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대구경북연구원 분권 및 재정연구팀 김대철 연구위원은 매일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내년도 정부 예산이 크게 늘었고 SOC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대부분 증액 편성됐다. 사실상 SOC 분야도 늘어난 것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내년도 국비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됐으나 다른 지역 예산은 증액된 것에 대해서는 균등한 지역 안배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정부 예산이 늘었는데 대구경북만 줄어든 것은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다른 지역도 똑같이 줄었다면 문제가 없지만 다른 지역은 늘어났는데 한 지역만 유독 줄었다면 문제가 있다. 원래 사실상 예산 사업이 정치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측면도 크다”고 비판했다. 

 

앞으로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미래성장에 밀접한 사업과 집행률이 높은 사업 위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는 냉정하게 다른 지역 예산과 비교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철저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동력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많이 발굴해 정부에 계속 어필해야 하고 불필요한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집행률이 높은 사업 위주로 짜야 한다. 정부가 예산 편성할 때 가장 기준점이 되는 것 중 하나가 집행률”이라며 “정부는 사업 집행률을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 계속 사업이라도 예산 집행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그 예산은 깎인다”고 꼬집었다.

중앙정부 정책 기조에 대한 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권 교체로 인해 대구시와 경북도 내부적으로도 ‘어차피 해도 안될 것’이라는 자포자기식의 체념 분위기도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심리적 고립이 가장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중앙부처 예산 확보나 정책 조율 과정에서 지역도 심리적 고립을 느끼지만 상대방도 그걸 느끼고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나 소통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동반된다. 자신감이 상대방에 전달돼야 말에 힘이 실리고 논리가 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간 제대로 된 타협점을 찾아가는 데 있어 고립은 어떤 말을 해도 구차해보이고 설득력이 떨어져 보이는 측면이 있다. 흘러가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어려움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 부족으로 대구시, 경북도와 공조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앙부처를 설득하기 위해 뛰어 다니며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것만으로 부족한 여건에서 정치권과의 공조가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이전 정부에서 대구와 경북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지낸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른데도 불구하고 일부 간부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쇄신은커녕 고립된 지역을 위해 먼저 뛰어드는 모습이 여전히 부족하다. 상황을 핑계로 안일하게 있으면 절대 안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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