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옥 소설집 '숨은 눈'/ 장정옥 지음/ 학이사 펴냄
대구 출생으로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해무'로 등단한 소설가 장정옥이 펴낸 신간 단편 소설집이다. 지은이의 장편소설 '스무 살의 축제', '비단길', '고요한 종소리', '나비와 불꽃놀이'에 이은 다섯번째 책이다. 1편의 경장편소설과 6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혈연으로 이어지는 관계 형성을 통해, 인간사의 굴곡과 맞닥뜨리는 삶의 과정이 심리적 구도로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나'라는 한 인간이기보다 '엄마'로 살아야 했던 희생을 통해, 여자는 결혼을 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와 더불어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은 여자에게 행복이자 불행의 단초가 된다.

◆여자에게 결혼은 제2의 성
여자는 세상의 길에 홀로 서 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결혼생활이 산산조각 날 때는 여자는 자신이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의 양극단에서 혼란에 빠진다. 두 주먹을 쥐고 뭔가 큰 결심을 하려 하지만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연결고리가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이 소설 속 여자는 결혼이라는 유리벽이 보호막인지 구속인지 고민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실존의 의미를 묻는다. 여자는 사랑에 의지해 어른의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랑이 삶의 위기에 처했을 때, 진심으로 여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시몬느 보부아르는 인간을 두고,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했다. 삶의 도정에서 수없이 부서지고 망가지지만 여자는 매순간 한 껍질씩 허물을 벗으며 새로 태어난다. 엄마여서 수많은 좌절을 참아야 하고 또한 모성 때문에 매순간 무릎을 세워 일어설 수 있다. 여자가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엄마'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여자에게 '사랑 그 자체가 행복일 것'이라는 명제는 영원한 오해에 불과하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결혼이란'
앞의 작품에서 현재 50대 이상의 어머니 세대의 '결혼'에 대한 깊은 사색을 했다면, 뒤의 작품에서는 요즘 젊은 세대의 결혼관을 들여다본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항목이 아닌 선택항목이 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아예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가 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 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비혼을 선언하며, 결혼을 기피하는가 하면 홀로 비혼식을 치르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젊은 세대들이 가정을 벗어나, 사회로 발을 뻗으며 집집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머잖은 날에 시골이 텅 비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벌써 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경북도의 군들(의성, 군위, 영양 등)은 군이 사라질 염려를 하고 있다.
이 책 속의 경장편소설 '물에 뜬 그림자를 보다'를 포함한 6편의 단편소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받고, 비틀거리는 여자들의 삶을 통해서 결혼생활의 부조리와 허상을 꼬집는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결혼은 무엇이며, 가족은 무슨 의미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도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계기를 던진다.
360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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