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삿포로에서 보낸 여름 휴가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달 삿포로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김해공항과 아사히카와공항을 이용하는 패키지여행이었다. 김해공항에서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의 콘서트 화보가 실린 롯데면세점 잡지를 챙겼다. 아사히카와공항은 수하물 찾는 곳의 높이가 낮고 청결해서 좋았다.

최근 공항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거론되고 있다. 인천공항 KTX 운행이 중단되면 해외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대구공항에서 입국하는 '환승 전용 내항기' 승객이 늘어날 것 같다. 내항기 운항 편수가 적어서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한다. 환승 전용 내항기 승객에게 출국장 면세점 이용을 허용하면 좋겠다.

삿포로에서 열린 '홋카이도 명명 150주년 기념식' 행사에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참석했다는 소식을 현지 신문에서 접했다. 1871년 미국 농무부 장관을 역임한 호레스 케프론을 고문으로 초빙해 홋카이도 개발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가이드의 설명은 정확했다.

2년 전 삿포로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삿포로 쿠우'에서 오카모토 마요(岡本真夜)의 피아노 연주회를 관람했다. 삿포로 쿠우는 25평 규모의 라이브 음악 공연장으로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서 좋았다. 음반을 구입하면 공연이 끝난 뒤 뮤지션과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지난 7월 유원대학교 실용음악과 양하영 교수의 콘서트를 관람했다. 공연이 열린 서울 삼익악기 엠팟홀은 아늑한 분위기가 삿포로 쿠우와 비슷했다. 양하영은 가슴앓이, 갯바위 등 왕년의 히트곡과 자신이 작곡한 최신곡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를 열정적으로 불렀다. 함께 무대에 오른 김수한의 색소폰 연주도 깊은 감동을 줬다. 대구찬가를 만든 길옥윤 선생(1927~1995)의 색소폰 연주를 듣고 싶어졌다.

길옥윤 선생의 친필 사인이 담긴 '그 세월이 아쉬워도·1990년' 앨범을 구했다. 삿포로의 추억을 회상하는 길옥윤 선생의 글이 '당신만을 사랑해' 가사와 함께 실려 있었다. '나는 이 도시를 사랑했다. 가을밤이면 강냉이 굽는 냄새가 마로니에와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거리로 번져 나왔고, 삿포로 라면을 파는 포장집의 등불이 정겹게 밝혀졌다. 겨울이면 세상을 덮을 듯이 눈이 쏟아져 이 감상적인 이국 사내를 한없이 걷게 했다.'

비에이의 대표적인 전망 화원인 '시키사이노오카'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인 '플랜맨 뉴비기닝' 북해도 편 촬영을 위해 은지원, 장수원, 달샤벳 수빈이 작년 7월 이곳을 방문해 마스코트 롤군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이 입구에 게시되어 있었다. 지난 3월 걸그룹 블랙핑크가 제주도를 여행하는 모습을 TV로 시청하면서 홍보 효과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도 그런 장면을 자주 보고 싶다.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1년 개장한 삿포로돔은 축구와 야구 경기를 모두 개최할 수 있는 돔구장이다. 롤링 스톤스, 에어로스미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콘서트가 열렸고 한국의 빅뱅과 동방신기도 이곳에서 공연을 펼쳤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복지'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시원한 실내에서 스포츠 경기와 각종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도시가 부럽다. 더위도 식힐 겸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삿포로를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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