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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날씨는 참 이상하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끝나는가 싶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폭우를 쏟아붓는다. 한쪽에서는 하루 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데, 다른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0℃를 훌쩍 넘어 폭염 특보가 발효된다.
이번 폭우의 배경에는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이 도사리고 있다.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는 시점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유지하면서 정체전선이 생겼다.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는 대기 중에 풍부한 수증기를 공급해 강수량을 늘렸다.
폭염과 폭우,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는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 올여름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아프리카 등 북반구의 4개 대륙이 모두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북극권에 가까운 북유럽 국가들은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막대한 산불 피해를 겪었다. 미국도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발생한 멘도시노 산불로 서울 면적(605㎢)보다 2배가 넘는 삼림이 불탔다. 계속되는 산불 연기에 시애틀의 대기 오염이 중국 베이징보다 3배나 더 나쁠 정도다.
수온 상승으로 원전 가동도 줄줄이 중단됐다. 핀란드는 발트해 바닷물 수온이 오르면서 원전 냉각수로 쓰지 못해 원전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강 수위가 낮아져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새로운 기준, 즉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뉴노멀은 가까운 미래 사회의 변화를 의미하는 키워드다. 기후 분야에서 뉴노멀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기후의 흐름이 바뀌고 새로운 표준이 생성되는 시대다. 올해와 같은, 혹은 더 심한 이상기후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상기후의 근본적인 원인은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다. UN2050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보다 2.5배가 넘고, 지구 표면 온도는 1도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과정에서 생물 종의 6분의 1이 사라지고 농지 중 20%는 사막화된다.
실제로 대구도 20년 뒤면 아열대기후로 변한다는 예측도 나온다. 아열대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넘게 이어지고, 가장 추운 달도 평균 기온이 18도를 밑돌면서도 얼음이 얼지 않는 기후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혀 줄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41년부터 대구에서도 올리브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동성로의 가로수가 야자수로 바뀌고 바나나를 따 먹는 일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닌 셈이다.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 온도는 대부분 해역에서 28도를 넘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잡힌 물고기 10마리 중 4마리는 아열대성 물고기였다.
기상청은 장기적으로는 도시 계획까지 바꿔야 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뜨거워진 바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해안가 침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반복해서 경고해 왔다. 일상을 덮친 극한의 폭염 등 이상기온은 기후변화를 내다본 전문가들의 예측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지독했던 올여름 더위는 내년에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폭염이 뉴노멀이 되는 시대에 맞게 삶의 기본적인 방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조정할 시점이 됐다. 국가가 나서 근본적인 대응 체계 마련도 나서야 한다. 우리는 과연 바뀌는 기후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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