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요청한 지진 관련 사업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모두 삭감되자 '정부가 지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진이 수도권에서 났어도 정부가 이랬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진 안전지대 한반도'라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깨졌지만, 정부는 국가 차원의 지진 컨트롤타워 구축 등에 전향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사업비 2천억원) 용역비 5억원, 포항 국가방재교육공원 조성(1천억원) 용역비 3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사업도 425억원을 건의했으나 제외됐다.
특히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예산 반영에 정부가 소극적인 점을 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은 경주·포항지진이 잇따르자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감대 아래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에는 취약한 지진 관련 연구·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반영됐지만 정부는 2016년 경주지진 2주년(9월 12일)을 앞둔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추진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지진 관련 연구기관은 부처마다 흩어져 전국 곳곳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 지진 대책 등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울산 중구·행정안전부), 지진 연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대전 유성·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진 방재 관련은 지진방재연구센터(부산 금정구·국토교통부)가 맡는 식이다.
당연히 경북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던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은 지역 간 갈등 소재로도 비화되고 있다. 기존에 지진 관련 연구원(센터)을 보유한 부산, 울산이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치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도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언제 다시 대형 지진이 발생할지 몰라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2년 연속 정부 예산안에 반영도 되지 않은 데다 다른 지자체 눈치까지 봐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도는 경주시와 함께 자체적으로 예산 1억원을 확보해 '국립지진방재연구원 기본구상 용역'에 조만간 착수, 어떻게든 연말까지 결과를 낼 계획이다. 이 용역으로 구체적 입지와 규모, 구성 시설, 단계별 추진 전략, 기존 연구시설과 비교 분석 등을 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도 모자랄 사업이다. 그런데 경북도가 건의를 하니 마치 지역 먹거리 사업 챙기기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수도권에서 대형 지진이 났다면 연구원 설립은 벌써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경북 주민들은 언제 지진이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부 예산안에는 빠졌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진 관련 예산을 되살리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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