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년 넘도록 책임 가려지지 않은 대구환경공단 근로자 사망 사고…재판부 현장 검증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소송 모두 중단돼…‘예기치 못한 사고’ vs ‘작업자 부주의’ 공방

2년 전 발생한 대구환경공단 신천사업소 소화조 폭발 사고(본지 2016년 10월 25일 자 8면 보도) 피해자 보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단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 형사사건이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유족이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절차도 모두 중단됐다.

27일 오후 대구 북구 서변동 대구환경공단 신천사업소.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최종선 부장판사의 심리로 검증기일이 열렸다. 검증기일은 법관이 직접 사고 현장을 살피며 사건의 쟁점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 등은 사고가 일어난 소화조 지붕에 올라가 처리 공정과 화재 원인 등을 살피며 2시간에 걸쳐 공방을 벌였다.

사고는 2016년 10월 24일 오후 4시 30분쯤 높이 14m, 지름 16m에 달하는 소화조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소화조 지붕에서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불씨가 소화조 내부로 들어가며 폭발한 게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작업자 A(60) 씨와 B(42) 씨 등 2명이 숨지자, 검찰은 지난해 12월 공사 책임자였던 대구환경공단 직원 C(58) 씨와 대구환경공단을 각각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명확한 사고 경위를 밝히고자 현장검증에 나섰다. 쟁점은 공단 측이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는지 여부였다. 환경공단 측은 작업자의 부주의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작업자들에게 수차례 안전 교육을 하고 배관 절단 시 쇠톱에 물을 부어가며 작업하도록 지시했다. 지시를 어기고 용접 작업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화재가 날 만한 구조적인 원인이 있었는지 꼼꼼히 살폈다. 작업자의 부주의로 불씨가 생겼더라도 소화조 내부의 가스를 모두 빼거나, 불씨가 들어갈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담배나 라이터 등 인화성 물질을 소지 여부를 사전에 확인했는지도 확인했다.

유족들은 사고 이후 대구환경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형사 재판이 2년이 되도록 결론나지 않으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유족들과 입장이 달라서 보상절차가 늦어진 게 아니라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적절한 후속조치를 하지 못했다"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증기일을 마친 재판부는 오는 12일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갖고 1심 선고기일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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