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중소기업, 불황에 상당수 추석 상여금 줄이거나 없애

올해 추석을 앞두고 경기 불황에 민감한 중견·중소기업이 몰린 지역 제조업계가 상여금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는 등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불황으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일부 지역 제조업체들은 상여금 대신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구 달서구의 자동차부품업체 A사는 지난해까지 명절 때 수당 형태로 50만~100만원씩 지급해오다 올해 설에 전혀 지급하지 않은데 이어 추석에도 수당 지급을 못할 형편이다.

A사 관계자는 "명절 상여금 지급규정은 따로 없지만 작년까지는 수당형태로 지급해왔다"며 "작년 상반기부터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수출이 줄더니 올해 들어 매출 감소폭은 2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 설부터 명절 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산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B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B사는 오는 추석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 규모를 기존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올해 7월까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도 늘어 기존처럼 지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업체 총무팀 직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줄어든 매출만 7억원이 넘는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는 10억원 이상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상여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매출이 회복되면 수시로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직원들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직원 30여명 규모의 대구 달서구 금속업체 C사는 추석 상여금 지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3차 협력사인 해당 업체는 올해 납품 계약을 제대로 따내지 못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지급했던 명절 상여금 40만원도 주지 못할 상황이 됐다.

C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회사가 어려워 상여금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설득하고 있다”며 “연말에 지급하는 상여금 금액을 높이는 등 직원 사기를 위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올해부터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기업이 늘면서 대신 명절 선물을 준비하는 곳은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물이 상여금에 비해 금전적 부담은 훨씬 덜하다는 판단에서다. 

대구 서구의 섬유가공업체 D사는 올해부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명절 상여금은 물론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마저 없앴다.

D사 대표는 "회사가 어려워 보너스도 없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에게 5만~10만원 수준의 선물을 지급할 예정"이라며 "작년 말부터 매출은 줄고 직원들은 빠져나가고 있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도 기업의 절반 이상은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은 기업 880개를 대상으로 올해 추석 상여금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1%가 지급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이 45.5%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경기 불황으로 상여금 지급 규모도 줄고 있다.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직원 1인당 상여금 평균으로 62만원을 책정했다. 2016년 71만원, 지난해 66만원에 이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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