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평균 연령 44.3세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인구소멸 고위험 지방자치단체도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연간 6천500명의 청년이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고 사망자는 출생자보다 3천명이나 많다.
노쇠화하고 쪼그라드는 경북의 지표는 지역 경제의 근간인 전통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상인들의 주 연령대는 60대로 36.9%를 차지한다. 50대가 34.7%, 40대 17%, 30대 이하 11.4%다. 노인층이 많고 젊은이 적은 역피라미드 구조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노령화는 직'간접적으로 지역상권의 위축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절망이 엄습하는 때, 청년들이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는 것. 이들은 유난했던 올해 여름 무더위도 이들을 막지는 못했다. 젊은 상인들은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지 않으며 경북도와 함께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나가고 있다.
◆젊어지는 전통시장
정부와 자치단체는 2015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년몰(mall)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통시장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육성하는 게 목적이다. 더불어 청년 실업 100만 시대,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갖게 하는 포석도 깔렸다.
이 사업은 40세 미만 청년들이 전통시장 내 빈 점포 등 유휴공간을 활용해 점포, 협업공간 등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20개 점포 이상이 대상이며 지원금은 몰당 15억원이다. 청년몰보다 작은 20개 점포 이하 규모의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은 점포당 2천500만원이 지원된다. 청년몰과 청년창업지원은 전통시장으로 청년들을 유입하기 위해 임차료 지원, 인테리어 비용, 컨설팅,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아이템을 지원하고 있다.
8월말 현재, 경북 청년몰은 2016과 2017년에 조성한 경주 북부상가시장과 구미 선산봉황시장에 33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안동 중앙신시장 및 문경 중앙시장도 현재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경주 중앙시장 구미 선산봉황시장 ▷경산 하양꿈바우시장 ▷안동 중앙신시장 ▷영주 신영주번개시장 등에서 28명이 영업을 하고 있다. 김천 평화시장 및 황금시장은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참신한 브랜드 입히기
'욜로(yolo)'는 경상도 방언으로 '여기로 와'라는 의미를 가진 경주 북부상가시장의 청년몰 상호다. '청년길 1392'는 구미 선산봉황시장이 설립된 1392년부터 청년상인들이 걸어온 길이자 미래의 길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곳 청년몰의 이름이다.
경북도는 각 지방의 고유한 방언과 전통시장 이름의 연계를 통해 브랜드 네임을 높이고 있다. 이런 신구의 조합을 통해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간다면 새롭고 신선한 브랜드 이미지를 점포에 첨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기존 전통시장의 명칭으로는 더는 외부 이용객과 젊은 고객들을 유인할 수 없다"며 "지역 특색과 연계한 다양한 청년몰의 브랜드를 만든다면 좀 더 차별화된 시장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이는 시장의 이미지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북도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브랜드를 높이고자 지역 출신 유명작가의 사연과 추억이 함께하는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 릴레이' 등 다양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통시장 이야기 인문기행은 경북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시범사업이다. 지역 출신 시인, 소설가, 작가를 비롯해 화가, 음악가, 웹툰작가, 영화감독, 파워블로거, 언론인 등으로 인문기행단을 구성했다. 현재 전통시장 등 지역 역사 문화적 명소에 대한 유명작가의 추억 이야기 중심의 인문기행을 통해 분야별 스토리텔링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경북도는 '고향사랑 전통시장 탐방 사업'도 펼치고 있다. 계절'지역별 특산물 축제, 인근 관광지와 전통시장 탐방을 연계해 모객 효과를 높이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다.
◆전통시장 새 상생모델 제시
경북도는 청년몰을 통해 전통시장-대형유통업체간 새 상생모델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출 방지와 지역상권 보호를 명목으로 한 정부의 규제는 유통업체와 상인들의 분쟁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미 선산봉황시장은 전통시장을 살리면서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또한 대기업과의 분쟁도 사그라지게 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곳은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청년몰 사업에 선정, 17명의 청년사장이 창업하면서 변화가 움트기 시작했다. 이곳은 전국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상생을 통한 '청년상생스토어'를 조성했다. 빈 점포로 황량한 시장에는 활기가 띠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은 아이들의 소리로 채워지고 있다.
선산봉황시장은 지난해 전통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 20개의 창업공간을 마련했다. 기존 선산봉황시장에 부족했던 아이템들 위주로 변화의 단추가 끼워졌다. 불닭발, 국수전문점, 커피전문점, 요거트카페와 같은 음식업부터 도자기 공방, 꽃집, 사진관, 공작카페, 캘리그라피, 수입 잡화 등이 들어섰다. 텅 빈 2층이 깔끔하게 단장되자 시장 분위기도 밝아졌다.
청년상생스토어에 참석한 시장상인 및 시민들은 "청년들의 창업점포가 들어선 곳이 산뜻하게 변해 시장환경도 많이 개선됐다"며 "청년들이 시장에 왔다 갔다 하니 침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시장에 부족했던 카페, 쉼터, 희망놀이터와 같은 휴식시설을 채워넣었다. 시장 안에 대기업 매장을 개설함으로써 전통시장의 이용객 증가와 매출이 동시에 늘고 새로운 창업을 일으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간에 공존의 지혜를 통해 현재 선산봉황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활기찬 시장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711만5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빠르게 늙어가는 고령사회에서 청년창업이 성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난 3월 한 자료에서는 2016년 청년몰 사업에 선정돼 개점함 22개 시장 209개 점포 중 24%인 65개 점포가 휴업 또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점포 대부분은 정부 지원 기간인 2년이 끝나자 폐업했다. 그만큼 시장상권 등 빈 점포의 입지 조건 열악함, 청년상인의 경험과 숙련도 부족 및 사후관리가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2년의 일시적인 지원으로는 지속적인 청년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경북도는 이러한 단기적 운영비 지원에 따른 청년점포의 휴폐업의 급증을 막기 위해 올해 사업 지원이 종료된 청년점포에 대해서도 2년간 추가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송경창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은 "청년몰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청년점포운영의 자생력과 창업성공을 위한 노력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며 "이와 함께 다양한 청년 창업 아이템과 사업 발굴을 해 나감으로써 경북도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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