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모범생과 꼴찌의 뒤바뀐 성적표

최근 환경부가 국가 물산업클러스터 운영 위탁기관으로 한국환경공단을 최종 선정했으나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망을 따지기에 앞서 이번 선정 과정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겼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지적받는 대목은 적격성이다. 환경부는 운영 위탁기관 선정을 위해 산하기관인 환경공단과 한국수자원공사를 종합평가한 결과 환경공단을 위탁기관으로 최종 낙점했다.
하지만 환경공단은 올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D등급'인 하위 등급을 받았고, 게다가 공단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적격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졌다.
절대평가에서는 결과가 더 낮아 종합등급에서 꼴찌 등급인 E등급을 받았고 경영관리 부문 C등급, 주요 사업 부문 E등급을 받았다.

집안 관리도 제대로 못 하면서 대규모 국가 전략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는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결국 D등급 결과에 따라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경고 조치까지 받았다. 적어도 자구 노력부터 우선돼야 하는 기관이라는 얘기다.

반면 경쟁 상대인 수자원공사는 우수인 A등급을 받았고 공사가 추진한 사업 부문은 B등급을 받았다. 1967년부터 통합물관리사업, 물공급사업 등 수자원 업무를 집중 수행하며 한 해 4조5천억원의 예산을 다루고 있는 데다 사실상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수자원공사의 탈락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환경부는 개입을 줄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 전문위원으로만 평가했다면서도 평가 점수는 물론 선정 기준과 배경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환경부는 환경공단이 받은 미흡 등급에 대해서는 "종합 평가 결과 환경공단이 여러 부문에서 높은 성적으로 선정된 것으로 공공기관 경영 실적 결과는 평가 요소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예 처음부터 공개경쟁 형태를 취했다면 최소한 '밀실 행정'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도 있었다. 깜깜이 심사를 통한 특정기관 선정을 염두에 둔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을 자초한 셈이다.

수자원공사는 운영권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환경부 결정에 대해 뒷말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본지 관련 보도에 대해 유난히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및 기상청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평가의 합당성과 적격성에 대해 집중 추궁하자 전병성 환경공단 이사장은 "물산업클러스터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대구지역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의 핵심 미래성장 사업인 물산업클러스터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과연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약속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석연치 않은 과정을 자초한 환경부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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