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서만 한 해 120여 명이 소아암 진단을 받고, 전국적으로는 1천500여 명의 새로운 소아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잘 생기는 암이 아이들에게 생기고, 어린이들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 암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에게만 생기는 암도 있습니다."
이재민(43) 영남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암은 성인암에 비해 빨리 진행하고, 진단 당시에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고, 항암치료에 잘 반응하고, 완치율이 높고, 유전적인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소아암을 설명하는 이 교수의 얼굴은 진지하고 열정이 넘쳤다. 특히 의학의 발전에 따라 소아암의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부분에선 눈빛이 빛났다. 그가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아를 싫어한 소아과 의사?
사실 이 교수는 인턴 시절, "절대로 소아과 의사는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가장 대응하기 힘든 환자가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해도 아이들은 아프다고 울고, 부모들은 불안해하면서 의사들이 제대로 처치를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인턴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달라졌다. 처음으로 부모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병원 안에서 의료진의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병원 밖에서 병원과 의사를 바라볼 수 있었다. 환자와 가족은 절박한데, 의사는 너무 권위적이고 불친절하며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이 뼈아프게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더 낮아지지 않으면, 나도 나중에 저런 소리를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군의관 시절 고객들은 주로 가벼운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정성껏 치료해 부대로 복귀시키면서 뿌듯한 보람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어르신 만성질환자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제대로 치료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더 보람 있고 제 적성에 맞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치료하는 의사를 넘어선 의사의 꿈
정말 인생은 아이러니한 것 같다. 힘든 것이 싫어 소아과 의사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교수는 소아과 중에서도 소아혈액종양학 전문이다.
"전통적인 항암치료는 독한 약물을 사용하는 탓에 암세포를 죽이지만 환자의 몸도 많이 상하게 합니다. 전공 선택 당시 새로운 항암제와 치료기법이 잇따라 개발됐는데요.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암덩어리만 치료하는 방법이죠.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모르지만 5, 10년 뒤에는 내가 많은 생명을 살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과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소아암 전문의가 됐습니다."
요즘 이 교수는 어린 환자를 완치시키는 것만이 의사 역할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몇 년씩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됐지만 복학 후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소아암 환자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확대와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 교수는 또 소아 난치병 환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부에서는 완치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애쓰면 뭣하나? 너무 불쌍해서 못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호스피스 완화치료가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보살피는 곳이 적어 서울로 많이 가고 있습니다. 소아 난치병 환자들이 집 근처에서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는 보금자리를 대구경북 지역에도 만들고 싶습니다."
<약력>
▷대구 능인고 졸업 ▷영남대 의과대학 졸업(2001) ▷영남대 의학박사(2010) ▷서울아산병원 소아혈액종양학 전임의 ▷소아혈액종양학 세부전문의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동계학술대회 우수연제상(2016)▷대한혈액학회 우수논문상(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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