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벌초와 말벌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말벌로 희귀병과 난치병을 다룰 수 있다면 믿겠어요?'

대구 달성군의 한 숲속에서 벌을 치며 말벌을 연구하는 한 민간 양봉인의 설명이다. 임시 벌 자료실에 빼곡하게 꽂힌 봉독(蜂毒) 봉침(蜂針) 책자에다 탁상 위 투명 용기 속의 새끼손가락 크기 만한 말벌을 보니 그의 말이 더욱 귀에 꽂힌다. 아직 국내에서는 말벌 요법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중국은 말벌의 인공 양봉도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오롯이 믿기에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의 계속된 말벌담(談)이 새삼스럽다. 해마다 벌초 즈음이면 어김없이 말벌에 쏘여 아까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이 되풀이해 들리는 탓이다. 죽은 이를 차마 보내지 못해 장례를 한 번이 아닌 두 차례 나눠 지냈다거나 3년 동안 산 날같이 밥을 올리고 무덤 곁을 지키다 상주(喪主)가 몸까지 해쳤다는 옛 기록처럼 남달리 조상을 잊지 못해 기리는 민족 풍속인 벌초는 앞으로 이어질 터 아닌가.

추석을 앞두고 주말 도로가 벌초 차량으로 혼잡했다. 벌써 전국에서 적어도 5명은 말벌 등 벌에 쏘여 희생됐다는 소식이다. 요즘은 도심 주택까지 활동 영역을 넓힌 말벌 때문에 인명 사고도 잦은 편이다. 가뜩이나 불 끄고 각종 사고 출동만으로도 버거울 119대원의 발걸음이 말벌 신고 때문에 더욱 바빠졌다. 특히 꿀벌 대량 몰살의 원흉으로 지목된 말벌인지라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토착 생태환경 교란의 범인으로, 한때 범국가적 퇴치 운동이 일었던 황소개구리의 배속에 장수말벌 같은 말벌이 먹잇감이 된 것으로 미뤄 황소개구리를 천적(天敵) 삼아 말벌을 없애면 좋으련만 자칫 황소개구리 배만 채울 뿐이니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그가 말한 말벌 난치병 치료 활용 전망은 관심거리다. 실제 곤충학계는 국내 자생 말벌류의 독액에 있는 기능성 물질 분리 연구도 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벌초 즈음에 들려오는 살인 말벌 소식이 귀중한 생명을 구한 착한 소식으로 대신할 날을 꼽아 본다. 그런 낭보에 앞서, 앞으로 올해 벌초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벌초 말벌 희생 사고가 없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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