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 기고] 피자집 양극화 시대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조만간 피자집 창업을 하나 해야겠다. 서울 말고 지방에. 홀은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고, 배달도 엄청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소득주도성장'이 뜨거운 감자라 소득분배율만 최악인 줄 알았으나, 부동산 양극화도 심각하다. 애꿎은 지방은 집값이 내려가 대규모 미분양, 마이너스 프리미엄, 전세가 하락이 속출하고 있는데 반해 서울과 인근 수도권 지역은 집값 올라가는 모양새가 심상찮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값 잡으면 피자 쏜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지방을 위해 추경 때 따로 '피자 예산'을 편성해야 할 정도다.

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84㎡(구 34평) 아파트가 29억 5,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자그마치 평당 1억이다. 평당 1억 원 시대의 도래, 강남불패가 다시 한 번 증명 됐다. 강남이 '필승'하니 덩달아 강북도 들썩인다. 서울 전역에 집값이 불타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전국 주택가격 평균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2016년 대비 전국 주택가격 평균상승률이 2.4%인데 반해 서울의 상승률은 8.6%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2.4%라는 수치도 결코 상승한 것은 아니나 더욱 심각한 점은 상승은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지역이 모두 지방에 쏠려 있다는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집계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디커플링이 심각하다. 지난 30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6만3천132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80% 이상은 지방 미분양 물량이며 서울 지역은 감소추세에 있지만, 지방은 오히려 더욱 증가하고 있다.

서민가구 자산의 대부분이 사는 집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가격의 양극화가 자산양극화로 이어지고 서울-지방 간 계층격차로 심화할지 큰 우려가 된다. 자치분권, 지방분권 시대를 강조하는 정부임에도 지방과 지역민의 삶은 역으로 더욱 힘들어져 가고 있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했다. 실생활이 안정되지 않는데 분권이니 개헌이니 하는 것이 일반 서민들에게 얼마나 와 닿을지도 의문이다. 국가균형발전, 지방자치 활성화를 외치지만 소득감소, 자산가치 하락,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 지방민의 현실은 더욱 초라해져 가고 있다.

이런 정부가 최근 또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연소득 7천만원이상(부부합산) 가구는 전세대출을 금지한다는 것. 논란이 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무주택자로 한정한다고 번복했지만, 정책의 숙의가 아쉽다.

예를 들어 고가도 아닌 저가 주택 보유자가 직장의 이직, 타지역 발령, 거주지 변동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여 주거지를 단기적으로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인데, 기존 집을 팔지 않고서는 전세대출이 어렵다면 급매로라도 보유주택을 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손해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책 혼선의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도 역대 최고치로 높아져가고 있다. 열심히 벌어 빚을 내더라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집값은 못 잡을망정 금리인상, 대출규제로 옥죄면서 전세대출까지 금지하면 사글세라도 얻어야 하는가.

이쯤 되면 국가에서 맞벌이하지 말라는 것인지, 떨어진 지방 아파트를 지금이라도 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지가 헷갈린다. 꽃도 향기가 나야 벌들이 모여들 듯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다. 떨어지는 지역보다 오르는 지역에 눈길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와중에 경매시장도 양극화되고 있다. 2018년도 1,2분기 전국 법원 경매사건 접수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경매물건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재기하기 어려운 경제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방경기침체, 주택시장 입주물량 증가, 금리부담 가중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고 하지만 정부의 정책 실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국가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서울과 지방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소득주도성장을 외쳤지만 소득은 떨어지고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소득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포용적 성장으로 간판을 바꾼 정부의 '포용'에 지방은 빠져 있는지 묻고 싶다.

당분간 서울 사람들은 누가 사주는 피자 구경하긴 어렵겠다. 지방 피자집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관련부처 장관도 집값이 안 잡혀 잠이 안 온다고 한다. 피자집 주인은 잠이 잘 올까,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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