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직원들 '노조 설립 추진'15일 첫 총회 예정

노동계에서는 환영하지만, 지역에서는 시큰둥

11일 오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11일 오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무(無)노조' 경영 원칙을 지켜온 포스코에 노동조합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적은 있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처음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항지부는 11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서 '포스코 새로운 노동조합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의 활동 경과 및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며 노조설립을 본격화했다. 준비위는 지난 3일 포스코 일부 직원들로 구성됐다.

포항지부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지는 경영진의 비리와 정경유착으로 포스코가 썩고 있다. 이러한 대가는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봉사 활동 등에 강제동원됐고 노조설립마저도 여러 방법을 통해 막았다. 이번에는 반드시 포스코가 금속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공식 출범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음달 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형태는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구분해 지역별로 지회를 세울지, 한 조직으로 출범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금속노조 조직체계는 회사별이 아닌 지역별로 구분된다.

포항지부 관계자는 "10월 중 노조 출범을 목표로 일정을 짜고 있으며 금속노조 산별노조가 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에 조직 발대식 형식의 보고회나 총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준비위는 노조설립을 위해 비공개 총회를 당초 15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내부사정이 생겨 일정을 변경할 방침이다. 준비위는 비공개 총회에서 노조가입 인원 등을 밝힌 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위는 앞서 지난 4일 온라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설립선언문을 공개한 뒤 노조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준비위는 포스코에 ▷노동 삼권 보장과 노조탄압 중단 ▷평등과 존중의 노사문화 정립 ▷노조 활동 직원의 명예회복 ▷지난 정권의 적폐경영 진상 조사 ▷임금협상에서 노동자 측 요구사항 적극 수용 등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노조 설립을 환영하는 한 직원은 "노동환경이 타사와 비교해 열악한데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할 노조가 없다. 앞으로 노조가 포스코를 향한 외풍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포스코 측은 노조설립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메신저 등을 통해 외부에 포스코 내부 중요문서와 설비 관련 자료가 유포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노조설립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지역경제계에서는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포스코 노조설립이 포스코 계열사와 협력사 등으로 확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초봉(연봉 5천만 원 선)이 높은 데다 전 직원의 40%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포스코가 노조가입을 통해 목소리를 높일 경우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급여가 포스코의 60~70% 수준에 지나지 않는 협력사 직원들의 불만이 퍼폭증한다는 것.

한 협력사 대표는 "벌써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도 노조에 가입해 포스코 수준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포스코 내부의 위험한 일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하는 협력사 직원들의 경우 포스코가 노조에 가입하는 대로 뒤를 따르겠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실제 포스코에 노조는 존재하지만, 무노조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0년 약 2만명 규모의 대형 노조가 결성됐으나 노조 간부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조합원들이 대거 이탈, 현재는 9명만 남았다. 이 때문에 1997년 세워진 노경협의회가 직원들의 임금협상·복리후생·근로조건 문제 등을 협의하며 사실상 노조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11일 오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항지부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포스코 노동자 금속노조 가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배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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