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과 섬유 등 영세 제조업 중심의 대구 경제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취약한 산업구조,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원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영세업체들이 잇따라 스러져가고 있다.
본지는 이같은 대구 중소기업의 위기와 관련해 3회에 걸쳐 현 실태와 원인 진단, 타개책 등을 짚어본다.
연매출 60억원 규모로 열처리된 금속 부품을 납품하는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A사 대표는 최근 폐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 상황이 악화돼 은행에 돈을 빌려왔는데 상환할 길이 막막해서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더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영을 이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A사 대표는 "빚을 갚자니 직원들 월급조차 주지 못할 상황에까지 놓였다. 얼마 전 창립 30주년을 맞았지만 별다른 행사도 못했다. 평생을 바쳐온 회사를 정리할 생각을 하니 비통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지역 중소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최근 1주일 동안 대구 성서·서대구·검단·3산단 등 공단지역을 집중 살펴본 결과 상당수 업체가 폐업위기를 맞고 있었고, 특히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섬유업의 경우 생산과 수출이 동시에 쪼그라들고 있었다.
지역내 총생산액(GRDP)의 절반을 훌쩍 넘길 만큼 지역 경제의 비중이 높은 두 업종의 부진으로 지역 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대구 21개 산단(국가산단 1개, 일반산단 16개, 도시첨단산단 2개, 농공산단 2개)에 입주한 업체는 총 9천412개사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종사자 수도 12만2천528명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영세한 사업체 수만 늘었을 뿐 대다수 업체가 내실이 없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해당 산단 생산액은 6조6천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줄었고, 수출액도 15억2천600만달러로 5.3% 감소했다. 업체 수가 늘었음에도 생산액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지역 제조업계의 영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올해 들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점도 이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지역 중소업체 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자동차부품업의 경우 매출액에서 원자재 비중이 유독 높다.
성서산단 B사의 경우 연 매출액의 60% 정도가 원자재값이었다. 남은 매출액 40%에서 인건비·관리비 등을 제하고 나면 순이익은 고작 1%에 불과하다고 했다.
B사 관계자는 "인건비 비중이 기존 12%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 15% 가까이 올라갔다. 지난해와 매출액이 같다고 가정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동종 업계에서는 인건비 비중이 15%를 넘기면 유지가 힘들다. 어느때보다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 제조업계는 자동차부품·섬유에 집중된 산업구조 탓에 단기간에 지역 경기 개선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업종 모두 최근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현장 근로자를 많이 채용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영향이 비교적 큰 편이기 때문이다.
검단산단 관계자는 "원청업체는 업계 불황을 이유로 단가를 후려치고 최저임금은 치솟으니 영세업체들은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중견기업 납품과 중국 수출에 의존하는 취약한 산업구조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대구산단 관계자는 "영세업체는 수출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원청업체에 납품할 경우 워낙 수익이 안나 어쩔 수 없이 수출을 모색하는 측면이 있다"며 "매출액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수출은 적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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