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 7월 18일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후 보수와 진보, 동서를 넘나들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의 귀국(15일)을 앞두고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모양새다.
11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와 경북을 오가며 지역에 대해 애정을 한껏 과시했다. 구미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는가 하면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민생 체험을 했다. 역대 어느 비대위원장이나 당 대표가 이랬나 싶을 정도다.
한국당의 지지율도 최근 반등 중이다. 비대위원장 취임 당시 18%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최근 2%포인트가량 뛰어 20%대로 근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란 해석도 있지만 김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의 김병준 모시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경북 방문을 앞두고서는 일정이 세 번이나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경북지역 의원과 대구지역 의원들이 서로 먼저 와달라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구미에서 대구로 다시 대구에서 구미로, 다시 구미에서 대구로 일정이 바뀌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대표의 방문을 꺼리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선·지방선거 패배로 우왕좌왕하는 지역 정치권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 지방균형발전에 대해 김 위원장의 변심이다. 김 위원장은 6일 여권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서울에 있을 것은 있고 지방으로 보낼 것은 보내는 식으로 면밀히 해야 하는데 그냥 불쑥 내놓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1차 지방 이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게 추진한 데다 직원들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기존 주민과의 화합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하는 등 추가 이전 준비에 나선 대구경북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며 국토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주도한 당사자다. 지난 2012년 3월 매일신문 초청 강의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는 "공기업 이전이 쉽지 않다. 중앙정부 의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수도권 편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방이 똘똘 뭉쳐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몇 년 사이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논란이 일자 최근 1차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지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치인의 말 바꾸기야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식언은 도를 넘어선 면이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에 표를 구걸하던 한국당의 수장이기에 더욱 괘씸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자립적 발전으로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당위다. 숨넘어가는 지역 경제와 소멸해가는 대구경북의 사정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묵과할 수 없는 이유다. 침체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도 시원찮은 마당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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