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서산업단지(이하 성서산단)에 있는 한 산업용 장비 생산업체 A사는 올해 초 본사 사무실만 남기고 공장을 경북 영천 채신공단으로 이전했다. 경영난을 겪고 있던 A사는 결국 660㎡(200평) 규모의 공장을 정리하고 영천으로 이전하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경영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A사에 따르면 성서산단에 있던 공장부지는 5년 새 공시지가가 60% 가까이 올랐다. 성서1차단지에 있던 A사 공장은 2013년 1㎡당 50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80만원을 넘겼다. 반면 영천 공장 부지는 공시지가가 1㎡당 12만원 수준이었다.
A사 대표는 "영천을 비롯해 성주, 경산 등 인근 중소도시 산단의 지가가 저렴하다보니 이전을 검토하는 업체가 적잖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서산단·서대구산단·대구제3산업단지 등 대구 도심산단에 입주한 업체들이 역외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심과 가깝다는 이점에 더해 최근 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장부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도심 산단의 지가는 급격히 오르는 추세다. 서대구산단의 경우 이르면 2020년 준공될 서대구KTX역과도 인접해 공장부지 가격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서대구산단 대로변에 위치한 한 공장부지의 경우 2013년 1㎡당 공시지가가 81만6천원 수준이었지만 2015년 103만5천원, 지난해 130만2천원에 이어 올해 141만3천원까지 뛰었다. 인근 부동산에 올라 있는 매물도 3.3㎡당 700만~1천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산단 관계자들은 경영난에 빠진 기업주들의 경우 향후 재생사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후산단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산단 재생사업이 지가 상승으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3산단 금속가공업체 관계자는 "땅값이 올랐지만 아직까지 실거래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 지가 상승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면서도 "경영위기로 당장 돈이 급한 업체들은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주변에 있던 영세업체 세 곳이 경북 칠곡, 경산 등지로 공장을 옮겼다"고 말했다.
공장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고 임차료를 내며 공장을 운영하는 영세업체들은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오른 상황에서 지가 상승으로 임차료까지 오르면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쩌면 공장부지에마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서대구산단관리공단 장성우 부장은 "서대구산단의 경우 영세업체가 많아 임대업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4%에 이른다"며 "공장을 임차해 운영하는 업체의 경우 결국 원가 부담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공단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땅값만 오르는 것은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도심산단을 재생하는 만큼 지가상승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입주업체들의 엑소더스(대탈출)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산단재생과 관계자는 "재생사업에 들어간 세 산단 모두 도심에 있어 일정 부분 지가상승은 필연적이다. 지가상승을 견디지 못해 업체가 나가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산단 업체들이 급격히 빠져나가지 않도록 완화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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