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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지역언론의 가치와 시민의식의 개혁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가끔은 좋은 작품임에도 배급사 문제로 명화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대형 영화 배급사들이 스크린을 독차지하는 횡포는 결국은 돌고 돌아 영화계 전반의 수준을 떨어트리고 관객의 볼 권리와 작품 선택권을 침해한다. 이런 문제가 영화계에만 국한될까.

대형 배급사의 든든한 지원이 없으면 개봉조차 못 하는 영화계 현실만큼, 지역언론을 둘러싼 환경도 썩 좋지 않다. 이제는 공룡이 되어버린 포털 앞에 지역 언론은 지속적인 홀대를 당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네이버, 다음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포털의 뉴스 기사를 접할 때면 지역신문 기사는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사용자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콘텐츠 구성, 기사배열과 편집 방향도 몇몇 중앙지와 인터넷 뉴스, 통신매체 위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포털의 지역 언론과 뉴스 홀대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배경이다.

이제 다시 지방분권을 외치지만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전달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없다면 아무리 볼륨을 키워본 들 우이독경이 될 뿐이다.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 지역언론 육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다.

중앙집권적 전통을 가진 우리 현대사는 오랜 시간 동안 지방의 소외와 희생을 요구해왔다. 장기간 이어진 시류 속에서 국민의식과 사고도 중앙 위주로 크게 왜곡되어 온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지방자치제 시행이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자치는 아쉬운 수준에 머무르고,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 요즘 사회 곳곳에서 지역언론 성장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염원에 발맞춰 건강한 언론 생태계 조성에 대한 공동노력과 지원방안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한국지방신문협회 주최로 열린 지역신문발전 토론회가 한 예다. 여야 의원들은 지역언론의 위기라는 것에 동의하고 지역언론 육성을 위한 법 개정 및 예산확보, 재원 충원 방안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모색했다. 고사 위기에 빠진 지역언론, 지방신문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국제적인 흐름을 살펴보더라도 국격이 높고 문화적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추세 속에 지역언론, 신문 관련 정책이나 제도적 장치의 체계적인 시스템 형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그밖에 OECD 선진국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지역 언론도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역 언론에 대한 지역민의 무관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지는 중앙지와의 점유율 격차는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현상이며 고질적인 문제임에도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다.

포털의 반(反)지방 정책 등 외부요인을 탓하기에 앞서 철저한 내부반성을 통해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혁신성장'이라는 말이 국가와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무너진 지역언론의 역할과 위상을 되찾는 것은 언론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식개혁도 필요하다. '벼도 농부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옛말이 있다. 지역민이 지역언론을 외면하면 결국엔 지역민들의 염원도 외면될 수밖에 없다.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의 크기만큼 지역 언론도 성장할 수 있다.

지역발전,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남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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