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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퓨처스] 전성하 전인병원 진료부장  

전성하 전인병원 진료부장
전성하 전인병원 진료부장

전성하(48) 전인병원 진료부장은 한의사와 (양)의사 자격을 모두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양·한방 의사 자격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의사가 130여 명 정도에 불과한 만큼, 이것만으로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전 진료부장은 한의학 박사학위와 내과(혈액종양)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양·한방 어느 한쪽을 살짝 맛만 보다가 '전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양·한방 모두를 깊이 있게 공부했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한의대 진학을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서울대 공대에 불합격 한 뒤,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한의대로 진학하게됐는데요.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온 과학의 개념과 한의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달라서 적응이 잘 안되고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의학의 개념들을) 받아들이고 나니 나름대로 '틀이 맞춰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갈등과 불만은 한의대 인턴·레지던트 시절에 폭발했다.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는 병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 의료진 사이는 어색하고 불편하며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의사 인턴·레지던트 시절 중풍환자들을 돌봤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서양의학의 도움이 절실했는데요. 실무진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치료가 늦어지고 그만큼 피해는 환자분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때 든 생각이 '차라리, 내가 다 하는 게 낫겠다'였습니다."

양·한방 간 갈등으로 인해 겪은 심적 고통이 얼마나 컸든지, 모교를 제쳐두고 연세대 의과대학으로 편입했다. 전공은 한의학을 같이 할 수 있는 내과를 선택했고, 세부전공은 그 중에서 한의학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종양내과를 택했다. 이유가 있었다. 종양내과는 발전 속도가 빨라서 임상시험이 많고 신약개발이 활발했을 뿐만 아니라 논문과 데이터 축적 역시 활발한 분야였던 것이다. 서양의학의 앞선 부분을 한의학에 응용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서양의학은 체계가 명확히 확립되어 있다보니, 검사와 진단을 통해 병명을 확정하고 치료를 하게 됩니다. 과학적이죠. 논문과 데이터를 보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공부하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한의학은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하게 됩니다. 한의사마다 치료법의 차이도 큽니다. 간혹 환자는 아프고 불편해 죽을 지경인데, 의사가 검사해보니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황당하죠. 이런 때 한의학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전 진료부장은 "양·한방을 함께 공부한다고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면서 "한의사로서 또 (양)의사로서 서로 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특히 환자분들에게 양·한방의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해 더 나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겨우 1주일 살 수 있다던 50대 여성(비소세포 폐암 말기)이 2년 넘게 생존하며 치료를 계속 받고 있고, 암수술 후 항암치료의 부작용에 시달린 끝에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진(암 2기에서 3기로 진행) 40대 중반 여성(유방암) 환자를 설득해 완치를 앞두고 있는 사례 등은 양·한방협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실 대부분의 성공 사례는 특별한 치료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양·한방의 장점을 조합했을 뿐입니다. 세계에서 양·한방협진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나라가 우리와 중국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한방 간 불협화음으로 환자분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전인병원을 설립하고 양·한방협진 관련 연구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청주신흥고 졸업 ▷경희대 한의학과 학사·석사·박사 ▷경희대 한방병원 인턴·레지던트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인턴·레지던트 ▷내과 전문의(혈액종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임의 ▷강동경희대병원 임상조교수 ▷동서융합병원 원장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초빙교수 ▷슬로바키아 예세니우스 의과대학 초빙교수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진료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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