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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이야기

설날을 대표하는 음식이 떡국이라면 추석의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추석 송편은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어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에 바치던 떡이었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반죽해 팥, 콩, 밤. 대추. 깨 따위로 소를 넣고 보름달, 반달이나 모시조개 모양으로 빚어서 솔잎을 깔고 찐 떡을 말한다. 송편은 소에 따라 팥송편, 깨송편, 콩송편, 대추송편, 밤송편 등으로 나누어진다. 송편은 주로 각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평안도 해안지역에선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개모양의 송편을 빚었다. 검은 깨를 갈아 멥쌀과 섞어 만든 조개송편은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만들어 조개 문양을 냈다고 한다. 경상도에선 주로 깨소금이나 팥, 콩고물을 넣고 반달이나 보름달 모양을 빚었다. 송편을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었던 전라도에선 꽃송편을 만들었다. 충청도에선 단호박을 이용한 호박 송편을 빚었다. 또 도토리와 감자가 주요 작물이었던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과 감자 송편을 만들었다. 크기는 서울 것이 한입에 들어갈 만큼 앙증맞고 황해도, 경상도, 강원도 송편은 두툼한 게 특징이다. 전반적으로 한반도 북쪽은 크게, 남쪽 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다.

송편은 솔잎으로 찐다. 솔잎은 송편끼리 엉겨 붙는 것을 막아 본래 모양을 유지해 준다. 또한 솔잎향이 은은히 배어 송편 맛을 더 좋게 하고, 떡 표면에 솔잎 무늬가 새겨지면 보기에도 좋다. 떡을 솔잎에 찌는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떡에 솔잎 향기가 베어들면 맛도 좋아지고 보관도 오래할 수 있다는 것. 음력 8월 15일이면 아직 한창 더울 때이다. 음식이 쉽게 변할 시기이기에 떡을 솔잎에 싸서 변질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 우리 선조들의 지혜였다.

송편은 북쪽은 크게, 남쪽 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다. 매일신문 DB
송편은 북쪽은 크게, 남쪽 지방은 작고 예쁘게 빚었다. 매일신문 DB

송편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처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신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딸을 낳는다. 송편 속에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솔잎의 뾰족한 끝 쪽이면 아들을 낳고, 귀쪽이면 딸이란 속설도 있다. 쪄낸 송편이 설익었으면 딸을 낳고, 잘 익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도 했다.

올 추석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쁜 송편을 빚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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