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소프라노 윤심덕은 30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짧았던 삶만큼 극적인 요소가 많은 인물입니다. 그녀의 삶속엔 자유연애, 페미니즘, 불륜코드부터 독립운동 서사구조까지 망라돼 오페라 작품으로는 최고의 소재입니다."
이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메인 프로그램엔 창작 오페라 한편이 이름을 올렸다. '윤심덕, 사의 찬미'다. 이 작품을 위해 진영민 경북대(음악학과 작곡) 교수는 모두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오선지를 쏟아부었다. 성악가용 보컬 악보 225페이지에 오케스트라 악보만도 400 페이지에 이른다.
10개월이 넘는 오선지와 씨름에서 진 교수가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곡의 포인트를 짚으며 주제를 이끌어가는 아리아들. 모두 4막에 걸쳐 10여곡의 주요 아리아를 배치했다. 진 교수가 가장 열성을 기울인 아리아는 2막 대구에서 독립운동자금 모금공연 중에 벌이는 채동선, 홍난파, 김우진, 윤심덕의 4중창.
"이 곡은 음악을 사랑하고 독립을 걱정하는 젊은 음악인들이 애국의 열정으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들의 격정은 독창으로 잠잠히 흐르다가 이중창으로 만나고, 4중창으로 합쳐지며 큰 감동으로 휘몰아치게 됩니다. 이 4중창에 이어 이상화가 작시한 '대구행진곡'이 울려 퍼지면 무대는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치게 됩니다."
일본경찰의 집회해산 출동을 피해 숨어든 계산성당에서 김우진과 윤심덕이 부르는 아리아나 시모노세키 귀국선에서 현해탄 투신 직전에 부르는 아리아도 놓쳐서는 안될 곡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하고 주로 경성에서 활동한 윤심덕을 대구와 정서적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진 교수의 고민 중 하나였다.
"1920년대 윤심덕은 독립운동자금 모금 순회공연차 대구에 옵니다. 지금의 약전골목으로 추정되는 '대구좌'(옛 대구극장)에서 홍난파, 채동선 김우진과 실제 공연을 한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역사적 사실과 계산성당, 근대골목을 시공(時空)으로 결합해 음악으로 녹여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진 교수는 이화영, 조지영, 김동원, 노성훈, 김정화 등 출연진에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배우들이 연습과정에 보여준 음악에 대한 표현력, 열정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
대본을 쓴 김하나 작가에 대해서도 무한 신뢰를 보였다. "김 작가가 음악에 대해서도 이해도가 높고 극적인 요소를 임팩트 있게 표현하는데 아주 능했다"며 "특히 다른 장르 작업임에도 소통이 잘돼 전체 작품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창작 오페라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진 교수도 작품 의뢰를 받고 1년 가까이 작곡에 매달리며 밤잠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 불면이 '윤심덕 사의 찬미' 흥행으로 보상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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