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별 선호에 따른 맞춤형 마케팅으로 세계 의료관광객 모은다

러시아 환자가 동산의료원을 찾아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이 러시아 하바롭스크 현지에서 진료 상담을 하는 모습. =대구시 제공
러시아 환자가 동산의료원을 찾아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의 의료가 세계인들에게 각광받으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의료관광 허브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시티 대구'의 기치를 내 건지 10년째. 대구의 의료관광은 높은 의료수준과 섬세한 사후관리, 관계자들의 따뜻한 환대에 힘입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 단체 관광객이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지역 의료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6년 비수도권 최초로 2만명(2만1천100명)을 돌파했고, 2017년에는 2만1천867명으로 2년 연속 2만명을 돌파했다.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세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며 시장 다변화를 꾀한 덕분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구 의료기술
러시아 사하공화국 야쿠츠크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생활하고 있는 시브세브 가브릴씨는 태권도 겨루기 중 오른쪽 눈을 빗맞으며 안와골절로 인해 심한 부종과 함께 시야 흐림 증상을 겪게 됐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은 가브릴 씨는 영남대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영남대 국제의료팀 박계화 간호사는 "사실 안와골절의 경우 외부 충격이 눈동자 자체에 가해져서 안구 손상을 초래하여, 실명이나 기타 기능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영남대 의료팀은 안과와 성형외과의 협진을 통해 안구 손상의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절개흉터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하안검 성형술 절개법을 이용해 무사히 수술을 끝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가장 우려했던 시력 손상과 얼굴 흉터라는 두 가지 걱정거리를 말끔하게 해결해 준 것이다. 빠른 회복을 보인 가브릴 씨는 대구땅을 밟은지 2주 만에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 거주하는 카자흐스탄인 A씨는 벌써 세 번째 대구 방문을 앞두고 있다. 그는 비엘성형외과피부과에서 코 수술과 페이스리프팅 시술을 받았으며, 조만간 지방흡입을 받기 위해 한번 더 대구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A씨가 대구와 인연이 닿은 것은 카자흐스탄 친구의 입소문 덕택이다. 워낙 먼 이동거리 탓에 첫번째 방문 당시 조금 예민한 심경을 드러냈던 A씨는 수술실력과 세심한 통역서비스, 그리고 대구의 분위기와 서비스에 모두 만족하면서 대구의료 마니아가 됐다. A씨는 "대구가 너무 편안하고 아늑한 도시여서 이곳을 찾을 때마다 휴가오는 기분"이라고 했다. 특히 A씨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언어의 장벽이 낮다는 점이었다. 비엘성형외과피부과에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출신의 통역 코디네이터가 근무하고 있어 같은 러시아 언어를 쓰는 카자흐스탄인 A씨가 별다른 불편없이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의료관광 선호, 나라별로 달라요
2017년 기준 외국인 환자 유치 실적은 대구가 2만1천687명으로 서울, 경기도에 이어 16개 시도 중 3위를 차지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사드 여파 등으로 전체 의료관광객이 11.7%포인트(p)나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대구는 3.6%p의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대구의 의료관광객의 국적은 미국이 5천171명(23.6%)로 가장 많고, 중국이 2천489명(11.4%), 베트남 2천265명(10.4%), 필리핀 1천36명(4.7%), 태국 903명(4.1%) 등을 차지한다. 그 외에도 파키스탄, 러시아, 일본, 몽골, 스리랑카의 순으로 대구를 찾는 의료 관광객이 많다.(표 참조)

의료관광의 대표 진료과목이 성형이 대표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진료받는 분야도 상당히 다양하다. 가장 많은 진료를 받은 분야는 검진센터였으며, 그 다음이 내과통합,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한방통합, 산부인과, 정형외과의 순으로 많은 환자들이 찾았다.(표 참조)

올 3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문을 연 홍보센터. =대구시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의료진이 러시아 하바롭스크 현지에서 진료 상담을 하는 모습. =대구시 제공

다양한 국적의 환자들이 다양한 진료를 받지만, 이 와중에서도 나라별 특징이 두드러진다. 러시아 및 인근 CIS 국가의 의료관광객들은 중증환자의 비중이 높다. 곽갑열 의료허브조성과장은 "보드카 등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생활습관 탓인지 중증환자가 많고, 의료비 지출도 상당하다"며 "이 때문에 중증환자 유치는 물론이고, 이런 질환들을 사전에 조기발견하기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대한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몽골은 호흡기 및 소화기 환자가 많으며,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 환자도 많이 찾는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데다, 이동 생활로 인해 육식을 주로하며 채소류 섭취가 거의 없는 식습관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성형과 피부관리 등 뷰티산업에 관심이 많다. 아이돌과 한국 드라마 등 한류의 영향이다. 일본 환자들의 경우에는 한의학에 관심이 많다. 곽 과장은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한의학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에 한방 진료를 받기 위해 개별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환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 제공
사실 대구는 부산, 인천 등 의료관광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른 도시에 비해 불리한 접근성과 인지도 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 하지만 대구까지 찾아오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대구시는 지역 3천여개의 의료기관 중 47개 병·의원을 의료관광 선도의료기관으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의무적으로 의료사고책임보상 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대구시가 별도 책임보험을 민간보험회사에 가입해 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환자 안전보장과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위해 미국의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지역 선도의료병원인 올포스킨피부과, 에필성형외과, 미르치과, 덕영치과, 경대병원 건강검진센터 등 5개병원이 선정해 놓고 있다.

혹시나 낯선 땅에서 겪을 언어소통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의료관광진흥원에서는 모두 158명의 통역사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어가 81명으로 가장 많으며, 러시아어 15명, 영어 15명, 몽골어 14명, 베트남어 13명, 일본어 12명 등의 순이다. 개별 의료기관에서도 통역 가능한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곳도 다수다. 또 의료관광객의 이동불편을 해소해 주기 위한 의료관광 홍보도우미 차량 8대를 운영하고 있다. 조만간 이 홍보도우미 차량은 15대로 확대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대도시의 편안함은 누리면서 서울만큼 넓고 번잡하지는 않은 여유자적한 도시 분위기가 환자들을 매료시킨다. 도심 규모가 작다보니 걸어서 즐기기 좋은데다,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한국 특유의 호젓한 자연의 모습을 즐기기 좋다. 비엘 박재영 이사는 "베트남에서 온 화상수술 VIP환자의 경우 지역 밀착형 투어를 좋아하는데, '대구만큼 즐겁고 안전한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했다.

올 3월 몽골 울란바토르에 문을 연 홍보센터.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이런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적극적인 구애로 의료관광객 수를 늘려나가겠다는 포부다. 현재 중국, 베트남, 캐나다, 몽골 등 8개 국가에 구축돼 있는 17곳의 대구광광 홍보센터를 교두보 삼아 의료관광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달에는 영남대의료원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 홍보관을 오픈하고, 국립노보시비르스크 대학과 MOU 체결식을 갖는다. 또 10월 9일 환자 설명회를 열고 100여 명에 이르는 현지 환자를 진료할 예정이다.

최운백 대구시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최근 중국의료시장의 고급화와 중국 정부의 실버사업 육성에 따른 맞춤형 의료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시장 차별화 전략을 통해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구할 계획"이라며 "한·베트남 우호협력관계에 발맞춰 현지기업, 병원, 단체 등에 대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메디시티 대구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