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청문회 스타 시절부터 노무현을 좋아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내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다가 정권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 마음 문을 닫아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기자 생활 15년이 넘도록 내 집 마련을 못하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 때 폭락한 집값은 김대중 정부 때 잠잠하다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요동치기 시작했다. 2억원대 아래에 형성됐던 대구 수성구 아파트 분양가격(전용 84㎡ 기준)이 불과 1, 2년 만에 2억5천만원대로 25% 이상 급등한 것도 그때다. 전국이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급한 정부는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투기지역 지정 등 수십 종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 문재인 대통령도 좋아한다. 가식 없고, 선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전임자와 달라 보여서다. 전임자의 황당무계한 국정 운영 방식 때문에 진심으로 당선을 바랐다. 출범 이후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언행들로 인해 이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희망하는 중이다.
그런데 말이다. 부동산이 다시 나의 마음을 흔든다. 우리 경제에서 뛰고 있는 건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뿐이다. 정부 여당도 위기라고 보는지 출범 16개월 동안 벌써 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약효가 없자 정부는 금융 대출을 옥죄고, 세금 폭탄을 안기는 913 조치를 단행했다.
발표가 난 이틀 뒤인 지난 주말 서울에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들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학습효과 때문이다. 억눌러도 수요가 있는 이상 부동산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답.
다들 사람과 돈이 몰리고 교육·정주 여건이 좋은 서울, 특히 강남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의 공급은 한정돼 있으니 집값 상승이 서울의 다른 구로 옮겨갔고, 급기야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7월 강남에 버금가는 강북을 만들고, 용산과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여의도와 노원구 월계, 상계동 일대는 30% 이상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다보니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민들도 서울 아파트를 사려고 혈안이 돼 있다. 안 사면 바보처럼 보이는 형국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 우선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방법은 양도세 인하다. 팔 사람은 팔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요건을 강화시킨 재건축 규제도 해제하는 것이 맞다. 시내에는 택지 자체가 없다. 결국 있는 건물을 헐어서 새로, 더 많이 짓는 게 답이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쏠리는 건 다른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에 이어지도록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게 서울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서울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다. 지방에서도 서울 못지않게 일자리가 있고, 교육 여건이 된다면 서울 쏠림은 막을 수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 그래서 필요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오로지 서울이다. 국무회의도 서울서 열고, 경기 활성화 대책도 서울서 연다. 이러다가는 내 맘속의 지지가 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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