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의 탈춤(4)하회별신굿탈놀이, 가장 완벽한 민족문화 정수

1.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재로 '세계유산 그랜드슬램' 달성
2. 유네스코와 세계문화유산 보존
3. 하회별신굿탈놀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잰걸음
▶4. 하회별신굿탈놀이, 가장 완벽한 민족문화 정수
5. 하회탈·하회별신굿탈놀이, 한국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
6. 한국의 탈춤-산대놀이 등 중부 이북 탈춤
7. 한국의 탈춤-야류놀이 등 중부 이남 탈춤
8. 지구촌의 탈과 탈춤-아시아의 탈춤
9. 지구촌의 탈과 탈춤-한·중·일 탈춤
10. 한국의 탈춤, 인류무형문화유산을 위한 제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할미마당에서 할미가 관객들에게 걸립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할미마당에서 할미가 관객들에게 걸립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800년 동안 해학과 익살로 세태를 풍자해 온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이제는 안동,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촌을 신명나게 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22년째 이어오고 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은 지구촌 유일의 탈과 탈춤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 대동축제로서의 하회별신굿탈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는 안동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 무렵부터 상민(常民)들이 행해왔던 탈놀이다.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대동, 풍년농사를 기원하기 위해 5년, 10년마다 특별하게 열었던 마을 굿이었다.

농경사회의 풍농은 마을공동체를 지탱하는 절대적 상징이었다. 풍농은 자연과 하늘의 이치에 따라 결정되는, 신의 뜻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은 마을을 지키는 동신(洞神)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신에 대한 신앙적 의미와 함께 신분질서와 농사일에 눌렸던 마음의 응어리를 신명과 풀이를 통해 해소해 나가는 축제적 성격도 담아내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전통사회, 마을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축제였다.

전통사회 속에서 하회별신굿은 지연공동체를 하나로 아우르기도 했다. 800여 년 전부터 하회마을에서 전승되기 시작한 탈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열렸던 별신굿이다. 별신굿은 5년, 10년 등 정기적 주기로 열렸다. 해마다 올리는 동제가 마을을 지켜주는 신에게 보름날 제사를 드렸다면 별신굿은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15일 동안 열렸다.

하회마을에는 별신굿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탈을 쓰고 춤을 추었다. 풍농과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제물을 마련해 서낭신이나 당제사를 올리는 굿의 목적을 넘어, 탈을 쓰고 춤판을 벌이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와 행위로 굿의 목적이 이뤄지기를 염원했다.

이처럼 마을굿을 통해 별신굿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주술적인 행위로 탈을 만들고 탈춤을 추게 됐다. 서낭당에서 신내림을 받는 강신이나 신을 마을로 맞이하는 무동, 상상의 동물인 주지 한 쌍을 등장시켜 탈판(마을)을 정화하는 것, 암·수의 싸움에서 암컷이 이기고 모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곧 생산을 북돋워 풍농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다.

손상락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연구팀장은 "별신굿을 통해 신을 즐겁게 해드림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게 되고 신의 힘을 빌려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뒤풀이 마당에서 이매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신명나게 춤추고 있다. 안동시 제공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걸으면서 지구촌 신명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뒤풀이 마당에서 이매가 외국인 관광객들과 신명나게 춤추고 있다. 안동시 제공

◆왜,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주목하는가?

예로부터 하회마을과 인근 지역에서는 "하회별신굿을 보지 못하면 죽어서도 극락에 갈 수 없다"는 말이 전해온다. 실제로 별신굿이 열리면 인근 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구경했다고 전해온다.

그만큼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지 않고는 저승에도 갈 수 없을 만큼 이 고장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구경거리이자 신에게 자기의 소원을 기원하는 기복(祈福)의 대상이었다. 나아가서는 민중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약손과 같은 것이었다.

비록 제한적인 시·공간이었지만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평등한 세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부르짖음이었다. 별신굿이 열리는 기간에는 양반과 상민, 남성과 여성, 젊은이와 늙은이, 부자와 빈자로 나누어진 사회 틀 속 억눌림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별신굿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예전의 신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만 그 기간만이라도 없는 자, 눌린 자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자기들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폭발력이 있었다.

밤새도록 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출 수 있는 세상, 상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소리칠 수 있는 세상을 누릴 수 있었다. 비록 1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들에게는 자유를 누리며 평등한 세상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열린 세계였다.

하회별신굿은 탈놀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과 지배층의 권위를 탈 잡아 비판하고 민중들의 억눌려 있던 숨구멍을 틔워주는 통풍구의 기능을 갖고 있다. 신분사회를 뛰어넘어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상생(相生)의 정신을 추구했다. 이처럼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정신은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지켜내는 원동력이었다.

전통사회에 있어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별신굿이라는 공동체 신앙 속에서 다양한 놀이와 예술적 행위를 담아낸 종합예술이었다. 양반과 상민 간의 갈등을 별신굿을 통해 완화하고 풀어내는 마을 구성원들의 대동축제였다. 이처럼 별신굿은 동제·당제와 달리 마을 주민들에게 역동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전하고, 마을공동체의 단결을 꾀했던 '특별한 굿'이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지구촌 탈춤의 중심지로 자리매김

'2018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28일 개막돼 열흘 동안 안동 낙동강변 탈춤공원과 도심지 곳곳에서 지구촌 신명을 표출한다. 안동시와 안동 축제 관광재단 주최하는 올해 축제는 '야누스, 축제 문을 열다'를 주제로 내걸고 있다.

일상의 나와 축제 신명에 빠진 나,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지는 이번 축제에는 이스라엘, 세르비아, 콜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야쿠티야 등 13개국 14개 탈춤을 비롯한 국내 탈춤, 태국의 날, 세계탈놀이경연대회 및 다양한 축제프로그램으로 풍성하게 구성된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는 축제장은 세계 탈춤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축제에 참가한 외국 공연단이 140여 개국 200여 개 단체에 이른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 문화권의 탈춤이 한 번쯤은 안동을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탈춤 축제장에는 국내외 관광객 100만 명이 다녀간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도 해마다 늘고 있어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의 지구촌 관광객들이 다녀갔다.

안동축제관광재단 권재환(46) 사무처장은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이제 세계 탈춤꾼들은 물론, 이를 보려는 세계인들을 초청해 상호 간 신뢰 회복과 동질성을 확인시켜 주는 문화의 장, 평화의 장을 연출하고 있다"며 "모든 인위적 장벽은 국제교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탈춤축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정치성이 없는 문화교류는 정감 어린 인류애를 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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