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에서 한반도 내륙 첫 불개미 유입, '검역 구멍'에 주민 불안 심화

17일 대구 북구 건설현장서 발견, 이틀 만에 개미집과 여왕개미 찾아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강한 독성을 지닌 외래종인 붉은불개미가 대구에서 발견되면서 검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항만이 없어 외래종의 습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대구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셈이다. 특히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공사 현장 주변에는 주택가가 밀집해 있고, 하루 수백여대의 차량이 오가는 농수산물도매시장도 가까워 확산 우려가 제기된다.

◆번식력 있는 여왕 붉은불개미까지 나와

18일 오전 대구 북구 매천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대학 교수 등 전문가 10여 명이 공사장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현장에 있던 한 조사관이 모종삽으로 운암석 사이에 있던 흙을 걷어냈다. 안에는 전날 진행한 방제 작업으로 죽은 개미가 모여있었다. 조사관은 핀셋으로 개미를 알코올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에 옮겨 담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개미의 종이나 신체적 특징, 독성 유무 등을 확인하고자 표본을 채집한다"고 설명했다.

붉은불개미는 이 곳 건설현장 근로자에게 우연히 발견됐다. 지난 17일 오전 9시 50분쯤 한 근로자가 산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고자 들여온 운암석 석재 120여 개 사이에서 붉은빛의 개미떼를 발견한 것. 살충제를 뿌린 근로자들은 개미의 모양이 붉은불개미와 비슷하다고 보고 검역본부에 즉시 신고했다.

환경부 합동조사팀은 17일 오전 현장 점검에 나서 운암석 주변의 개미 12마리 가운데 7마리를 붉은불개미로 확인했다. 조사팀은 석재에 약제를 뿌린 뒤 비닐로 밀봉하고 주변에 끈끈이를 발라 개미의 이동을 막았다.

◆농산물과 가축은 더욱 취약…검역 체계도 구멍

미국이 원산지인 붉은불개미는 중국, 호주, 일본 등에서도 서식한다. 붉은불개미가 분비하는 '솔레놉신' 성분은 통증과 가려움을 유발한다. 사람이 말벌에 쏘여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를 100으로 볼 때 붉은불개미의 독은 60 수준으로 낮다. 다만 1950년 이후 미국에서만 32명이 붉은불개미에게 물렸다가 사망한 전례가 있다.

대구에 유입된 석재에서 개미집과 여왕개미, 공주개미 사체가 발견된 만큼 국내 유입 후에도 번식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공주개미는 번식기가 되면 수개미와 결혼비행을 해 교미한 뒤 스스로 날개를 잘라 여왕개미가 된다. 이후 땅속에 집을 형성하고 1주일 내에 100개 가량의 알을 낳는다. 이번에 여왕개미와 공주개미를 포함한 개미집이 통째로 유입된 만큼 새 군락을 형성한 개체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석재가 대구로 오기까지 검역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붉은불개미는 13일 조경 공사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사람 눈에 띄었다.

환경당국과 시는 붉은불개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지 못하도록 발견 지점과 주변 지역에서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붉은불개미 대응 매뉴얼에 따라 1주일 간 최초 발견 지점을 매일 방역하고서 합동조사 결과 및 방제 방식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포집된 붉은 불개미.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포집된 붉은 불개미.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인근 주민들도 '불안' 호소, 도매시장 거쳐 전국 확산 우려도

추석을 코앞에 두고 붉은불개미가 대구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구 매천동 한 주택에 사는 김성자(75) 씨는 "추석에 손자들이 올 예정인데, 모기는 물론, 독개미까지 나타났다니 살충제를 사놓고 잡아야할 판"이라며 "아이들이 혹시라도 물려 큰일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불안해했다.

왕복 6차로를 사이에 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도 개미들이 좋아하는 과일, 채소 등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초조해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배송 물량이 급증하다 보니 품질 하락에 따른 고객 유실 등을 우려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을 오가는 화물차를 통해 붉은불개미가 이동할 수 있어 도매시장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상인 김정호(55) 씨는 "도매시장에 붉은불개미가 유입됐을 경우 당분이 많은 과실류에 개미가 붙어 함께 배송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더 이상 고객이 도매시장을 찾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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