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구멍 난 부품 검증이 불러온 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

장병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 해병대 1사단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원인이 핵심 부품인 로터 마스터 결함 때문으로 잠정 결론났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중간 조사 결과를 유족에 설명했다. 사고 직후 제기된 부품 결함으로 인한 사고였음이 입증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결함 제품이 핵심 부품으로 쓰여 헬기 추락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자가 있는 부품을 차단하는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로터 마스터는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이다. 제조 공정상 문제로 균열이 발생한 이 부품이 사고 헬기의 시험비행 때 부러지면서 주회전 날개가 떨어져 나가 헬기가 추락했다. 마린온과 같이 제작돼 육군에 납품된 수리온 헬기 2대의 로터 마스터에서도 같은 균열이 발견된 것을 보면 애초 이 부품은 결함을 갖고 있었다.

결함이 확인된 로터 마스터는 유럽 한 업체가 만들어 프랑스 항공기 제작 업체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사에 납품했다. 마린온을 생산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에어버스 헬리콥터사로부터 이 부품을 수입했다. 해당 부품 제조 과정에서 열처리 공정 작업을 제대로 않아 부품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부품 생산과 납품, 수입 그리고 헬기 제작 과정에서 결함을 확인하지 못했다. 부품 검증 시스템이 허술했다.

하자투성이 로터 마스터를 수입하면서 결함을 왜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해당 부품에 대한 어떤 검증 프로세스가 있었는지, 헬기를 만든 최종 제조사의 공정은 적절했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부품 품질 인증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헬기 등 국방 장비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결함 부품이 사용되면 사고가 계속 날 수밖에 없다. 부품 검증 시스템을 확실하게 작동하게 해 마린온 추락과 같은 유사 사고를 막아야 한다. 이것이 마린온 장병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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