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비유하는 이 용어가 최근 온라인 분야에서도 화두다. 이를 촉발한 것이 미국 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의 거세지는 국내 시장 잠식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위협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넷플릭스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국내 업계의 두려움은 상상 이상이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탄생한 'OTT'(Over The Top) 회사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쉽게 말해 웬만한 예능·드라마·영화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보여준다. 이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무제한 볼 수 있는 정액제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 무한 성장하고 있다. 한때 DVD 대여 회사였던 넷플릭스는 연 매출액 12조원에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돌파한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컸다.
이미 미국에 이어 유럽의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며 우리나라 시장 장악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 전담팀을 별도로 꾸리면서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6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투자한 것과 올해 초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션샤인'도 300억원을 대고 세계 방영권을 가져간 것이 대표적이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상 콘텐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려는 기세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천93만 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는 112억 분을 사용해 2위 카카오톡(25억 분)과 4배 이상 격차를 벌렸다. 유튜브가 국내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큰 몫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제도권 내에서 검증과 심사를 거치는 것과 비교하면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은 망 사용료나 방송발전기금 등도 내지 않고 있다.
포털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기준 망 비용으로만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도 매년 각각 100억원이 넘는 방송발전기금을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이들 기업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EU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역대 최다인 43억4천만유로(5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한 넷플릭스 등 미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공세 강화로 주문형 비디오(VOD) 시장을 잃자 '콘텐츠 쿼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EU 내 제작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는 게 골자다.
해외의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외 기업이 공존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이야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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