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붉은 불개미 포함한 조경용 운암석 무사 반입은 '검역 허점' 증거… 검역체계 강화 목소리 높아

전문가 "정부 차원 외래 유해종 생태계 조사 시급" 주장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19일 오후 방역 작업자들이 천막으로 밀봉한 발견지점 안으로 소독재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날 이곳 현장에 놓인 조경용 석재에서 붉은불개미 830마리와 번식력을 가진 여왕개미까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19일 오후 방역 작업자들이 천막으로 밀봉한 발견지점 안으로 소독재를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날 이곳 현장에 놓인 조경용 석재에서 붉은불개미 830마리와 번식력을 가진 여왕개미까지 발견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북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붉은 불개미가 나온 것을 계기로 수입품 검역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역 대상에서 제외된 조경석에서 붉은불개미가 번식한 것으로 드러난데다, 해마다 수입 석재 물량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고급 조경용 운암석, 전체 석재 수입의 70% 차지

대구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석재는 수년 전부터 대단지 아파트 조경석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중국산 운암석은 국내 암석과 달리 형태가 울퉁불퉁하고 바윗결이 선명해 가공하기에 따라 바위산 정상을 축소한 듯한 느낌을 준다.

건설사들은 운암석을 들여와 아파트단지 내에 석가산(돌로 만든 가짜 산)을 만들거나 인공 폭포, 분수 등을 설치하는 추세다.

운암석은 주로 중국에서 모래와 뒤섞여 국내에 반입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에 반입된 중국산 석재는 33만9천869t에 이른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들어온 석재 47만8천887t의 70.9%에 이르는 양이다.

그러나 대구에 얼마나 많은 중국산 운암석이 반입됐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수입품 반입 이력은 항만·공항의 검역소와 세관에서 파악하지만, 검역과 세관을 빠져나온 이후에는 행선지를 파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검역 대상을 확대해 외래종 해충의 내륙 유입을 막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검역당국은 해충 서식 환경도 몰라… 석재, 흙 들여와도 방심

검역당국은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붉은불개미가 처음 발견된 이후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개미류 유입이 의심되는 모든 수입 컨테이너를 열어 검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연간 1천300만개가 수입되는 컨테이너를 전수 조사하기 어렵자 수입업자에게 자진 소독을 권유키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식물 등 기존 병·해충 유입원에 대해서만 검역을 일부 강화했을 뿐 이번처럼 석재류나 함께 반입되는 흙은 기존처럼 검역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금까지 유해 생물이 농산물이나 가축 등 생물과 함께 들어온 경우가 많다보니 흙이나 석재를 검역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역당국은 중국산 운암석과 모래를 통해 대구 등 내륙에 붉은불개미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된 후인 지난 18일 석재를 검역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 관계자들이 합동조사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전문가 "정부 차원 검역체계 강화" 주문

전문가들은 유해 외래종의 생태계를 파악해 반입 방지 대책을 세우는 한편, 검역체계를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붉은불개미 발견은 기존 검역체계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국내 검역체계는 농림축산검역본부를 중심으로 작물을 주된 검역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붉은불개미는 작물에 병충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인간이나 가축 등에 해를 입히는 생물이어서 검역 자체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오석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는 "영국과 호주 검역당국은 외국에 다녀온 여행객의 흙 묻은 신발을 압수하거나 비행기 탑승 직후 방역 스프레이를 뿌릴 정도로 엄격한 방역체계를 갖췄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협력해 외래종 유해 동식물의 유입 실태와 서식 조건 등을 면밀하게 확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 발생 시 대응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포집된 붉은 불개미.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반입된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돼 18일 환경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포집된 붉은 불개미.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한편, 환경당국은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대해 방역과 현장 조사, 추가 개체 채집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조사단은 1차로 트랩 150개를 설치하는 등 20일까지 반경 5㎞ 이내에 트랩 500개 정도 설치해 개미의 확산을 막을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미가 서식할 만한 장소와 주로 풀밭, 공원 등이 트랩 설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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