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등학생 눈높이로 대구시에 제안한 사업은?

2회 청소년 참여예산제, 지역 9개 고교, 학생 137명 참가
덕원고 일제강점기 주제로 한 골목투어, 버스탑승 여부 알림 서비스
경상여고 위기의 소녀들 지원하는 '소녀돌봄약국'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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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여고 학생들이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서
경상여고 학생들이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서 '소녀돌봄약국' 사업의 제안 배경과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제2회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서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동아리가 제안한 사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제2회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서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동아리가 제안한 사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제안한 정책들이 실제 시정에 반영돼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 인구의 18.6%를 차지하는 청소년이 지역 살림살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2년째 '청소년 참여 예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 11개 고교 동아리가 낸 아이디어 중에서는 제일여상의 '저소득층 자격증 응시료 지원', 경상여고의 '문학자판기', 성광고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고지서 발행'이 선정돼 올해 예산에 반영됐다. 올해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는 지역 9개 고교에서 학생 137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대중교통, 관광, 보건, 복지 등 시정 전반에 걸쳐 시민들의 고민을 들었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제안했다. 올해 수상작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만든 정책과 그 과정을 살펴봤다.

◆일제강점기 역사 되새기는 골목투어

올해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 나온 사업들은 지역 10개 동아리 학생들이 지난 한 학기 동안 대구 곳곳을 발로 뛰어다니며 만든 아이디어다. 학생들은 학교 친구는 물론 시민들과 고민을 나누며 생활 속 불편함과 개선 사항, 예상 비용 등을 연구했다. 그 결과 그간 어른들의 시각에서는 살필 수 없었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었다.

올해 대회에서 덕원고의 교내 동아리들은 각각 대상과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10개 동아리 중 대상을 받은 사업은 덕원고 동아리 '파운딩'이 제안한 '일제강점기를 주제로 한 근대골목 역사코스'다. 학생들은 대구에 이육사 시인이 젊은 시절을 보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데 이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을 구상했다. 또 골목투어 2코스를 제외한 다른 코스는 활성화가 부족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일제강점기와 문학'이라는 테마를 입혀 골목투어 코스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들이 제안한 새로운 코스는 '264 작은문학관-향촌 문학관-대구근대역사관-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시인 이상화 고택'최해청 고택터-3'1 운동길'이다.

또 학생들은 264 작은문학관이 있는 북성로1가는 이육사를 중심으로 문학 거리로 조성하면 김광석 거리처럼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이곳에는 시 낭송 음악을 틀거나, 이육사 시인의 작품 '청포도'를 활용해 청포도 아이스크림, 음료수 등을 판매하면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부각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박지영 학생은 "대회에 참여하면서 공적인 예산 작용이 체계적이고 신중한 결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청소년이 예산에 의견 반영을 요구할 때는 많은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배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탑승 여부 미리 알려주는 '알림 서비스'

덕원고 2학년 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에코 매니지먼트'(Eco management) 동아리는 터치스크린과 GPS 단말기를 이용한 '버스탑승 여부 알리미 서비스'를 제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평소 버스가 탑승 승객이 없는 정류장을 들리지 않는다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정류장에서 승객이 터치스크린에 탑승하려는 버스 노선을 선택하면 이 정보가 운전 기사에게 전달되는 기술을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빛을 사용해 데이터를 전달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인 '라이파이'(Li-Fi) 기술 도입을 제안했다.

학생들은 사업성에 관한 조언을 듣고자 버스 회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육교와 같은 높은 곳에 올라가 버스가 정류장에 다가가는 모습을 여러 각도로 관찰했다. 학생들은 정류장에 승객이 있는 경우, 갑자기 정류장에 승객이 나타났을 때 버스가 급히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 그리고 각 경우 따른 교통체증 등을 분석했다.

안중훈 지도교사는 "우선 수성구와 중구의 정류장에서 시범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9천500만원으로 예상했다. 학생들이 주말 등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 조사, 차량 흐름 분석 등을 하면서 지역 발전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위기의 소녀들 위한 '돌봄약국'

경상여고 경제 동아리 '도담도담'은 위기의 10대 소녀에게 건강 상담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소녀돌봄약국'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다.
학생들은 우선 서울은 800여 곳에서 '소녀돌봄약국'을 운영하며, 이곳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마음에 상처가 있는 소녀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녀돌봄약국에서는 소녀들에게 생리대나 진통제 지원을 해주며, 가정의 울타리가 없는 학생은 이곳에서 상담'전문 기관의 연계를 받을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은 대구에서도 기존 약국 중 여성 약사가 근무하는 곳을 중심으로 '소녀돌봄약국'을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대구시와 약국이 제휴해 현판을 달고 소녀돌봄약국임을 알리도록 했다.

또 의약품 지원에는 1회에 1만원 한도로 한 달에 4회의 지원 제한을 뒀으며, 시범적으로 20곳을 지정'운영하자고 계획했다. 또 홍보비로는 2천만원을 책정해 지하철 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광고판으로 소녀돌봄약국을 알리며, 각 학교에는 생명존중, 성교육 내용을 담은 홍보 책자를 보급하면 사업 효과를 높일 것으로 봤다.

한편, 경상여고의 경우 지난해는 '문학자판기'로 청소년 참여 예산제에서 수상한 데 이어 올해도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권선미 지도교사는 "학생들은 대구에 감성적 요소를 도입하려는 시선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외국이나 다른 지역의 사례 및 뉴스를 참고하며, 모의예산 활동을 하면서 예산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밖에 와룡고 'PRE', 경원고 '탐하라' 동아리도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와룡고 동아리 'PRE'는 소음을 유발하고 민원의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제안했다. 경원고 동아리 '탐하라'는 유휴공간 리모델링을 통해 교내외 자율동아리 연합을 위한 교류공간 마련을 건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고교와 연계해 참여 예산 동아리팀 구성, 학교로 찾아가는 모의 예산위원회, 찾아가는 맞춤형 예산 교육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청소년의 참여민주주의 의식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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