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대골목은 대구가 근대도시로 변천하는 과정과 지역민들의 지난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학습 자산이 되는 장소다. 매년 3천 명이 넘는 초등학생들은 근대골목을 찾아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 예술인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대구 시민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여기에 골목탐방 체험학습 중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사의 설명은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문화유산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대구시교육청의 '대구사랑 골목탐방 체험학습'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의 체험활동 현장과 근대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활동 요소를 들여다봤다.
◆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골목탐방
지난달 초 대구 중구 계산동에 있는 이상화 고택과 서상돈 고택에 초등학생 20여 명과 학부모들이 근대골목해설사와 함께 방문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현대식 건물과 높은 빌딩이 있는 도심에서 전통 건축물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옛날에는 방이 작아 보여도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곤 했다'며 과거 아궁이가 있는 주방의 모습과 이들의 생애를 설명한 안내판을 둘러봤다.
한 학부모는 "대구 도심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왔는데 이런 고즈넉한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굳이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떠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들과 긴 시간 함께 걷고 체험활동을 하면서 근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다"고 말했다.
해설사는 이상화'서상돈 고택에 들러 아이들에게 고택과 생가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어 나라 잃은 설움을 극복하고자 당시 애국지사들이 기울인 노력과 이들 형제들의 생애까지 소개했다.
또 이육사, 윤동주 등 글로써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민족저항시인을 소개하며 ▷왜 나라의 힘을 키워야 하는지 ▷국민을 지키는 나라가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등을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학생들은 해설사와 고택을 둘러보면서 오래된 물건이나 글귀가 무슨 뜻인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휴일이 되자 교사, 일반 시민들은 물론 충북 단양, 전주 등 타지역 학교에서도 근대골목을 찾은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3'1운동 계단길을 오르던 학생들은 계단 옆에 붙은 과거 사진 속 계산성당과 대구 전경 모습을 비교해봤다. 아이들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라진 이곳의 모습에 놀라워했고, 학생들과 인솔 교사는 사진으로만 남은 과거 기와집 사제관과 성당 앞으로 흐르는 내천을 유심히 살폈다.
한편,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근대골목은 대구시민으로서 고장의 역사와 전통을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근대골목에 있는 문화유산은 초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사회' 교과목과 연관돼 수업,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근대골목을 방문한 한 교사는 "역사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도 정작 대구의 발자취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골목탐방 체험학습을 하며 우리 지역 역사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핵심 역사 담긴 네 코스
'대구사랑 골목탐방 체험학습'으로 이곳을 탐방하는 초등학생은 매년 지역 4~6학년 100학급 규모, 3천500여 명에 이른다.
근대골목을 찾는 초등학생들은 버스 및 도보이동 시간을 포함해 총 2시간 45분이 소요되는 네 가지(A~D) 코스 중 한 곳을 해설사와 함께 이동한다.
'A코스'는 매일신문 신문전시관, 계산성당, 약령시한의약박물관, 이상화'서상돈 고택, 2'28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첫 번째 방문 장소인 신문전시관에서는 과거 활자를 이용해 신문을 제작했던 모습을 보며 신문의 역사와 가치, 언론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다. 이어 계산성당에 들러서는 교과서와 수업 시간에서만 접하던 고딕양식의 특징을 100여 년 전 근대 건축물에서 직접 보게 되는 장소다.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곳이다.
'B코스'에 참가한 학생들은 계산성당에서 출발해 국채보상운동기념관까지 이동하게 된다.
B코스는 독립운동가 서상돈과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에 들러 이들의 생애를 들을 수 있고, 국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때부터 유명했던 약전골목에서는 한의약박물관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한약재 유통 역사와 한방 문화를 체험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 들러서는 국가 주권의 중요성과 나라 사랑의 마음을 되새긴다.
'C코스'는 경상감영에서 출발해 약령시한의약박물관까지 이르는 투어다. 400여 년 전 경상도를 관할했던 감영을 통해 대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D코스'는 구국 활동에 관한 근대역사 중심지로서 대구 중요성에 대해 배우는 코스다.
학생들은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청라언덕까지 돌아보게 되며, 3'1운동이 일어났던 90계단을 직접 걸어볼 기회도 얻는다.
학생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이곳을 방문하며, 대구시교육청은 참가 학교에 팀별로 안전한 이동을 위한 버스 1대와 학생당 교재 한 권을 지원한다. 안전한 이동을 위해 횡단보도 건너기, 안전한 버스 승'하차, 질서 지키기 등과 같은 교육도 철저히 이루어진다.
◆수업과 연계된 체험학습
'골목탐방 체험학습'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 문화, 인물, 예술, 건축물 등이 연계된 현장에서 체험학습이 복합'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보통 한 공간에서 단편적인 체험활동으로 진행되는 일반 견학과는 다른 대목이다. 이는 골목탐방 체험학습이 근대골목의 여러 공간을 이동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체험학습 방식은 교실 수업에서 한층 더 나아간 활동으로 교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효과를 갖는다. 교실에서 벗어나 근대골목에서 협력활동을 하거나, 학습이 수업으로 연계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배양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또 학생들은 근대 음악 분야에서는 박태준, 미술은 이인성, 문학에서는 이상화, 현진건 등이 각 분야에 지역 출신 인물이 활약했다는 점을 깨달으며 시대적 역할을 다했던 대구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골목탐방 체험학습에 참가하면서 과거 대구 사람들의 삶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구에 대한 자긍심을 기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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