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버즘나무는 1910년 무렵 미국에서 처음 들여와 심은 수종이다. 생육이 빠르고 병충해와 공해에 강해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잎이 넓어 여름철 그늘이 좋은 것도 각광받은 이유다.
나무껍질이 마치 마른버짐을 연상하게 해 버즘나무라고 했고, 키가 큰 외래종 버즘나무를 양버즘나무라고 불렀다. 바로 플라타너스다. 플라타너스(Platanus) 학명이 '넓다'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에서 유래한 점도 가로수로서의 운명을 말해준다.
1970년대 대구 도심은 플라타너스 천지였다. 경북대병원과 삼덕네거리로 이어지는 동덕로, 시민운동장 주변, 대구역에서 옛 경북도청 구간, 무열대 앞 도로 등은 대표적인 플라타너스 거리였다. 키가 50m를 넘는 플라타너스가 지금도 위용을 뽐낸다. 전국 26만 그루 중 대구에 심은 것만도 3만 그루다.
그런데 세월이 플라타너스를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있다. 2010년 태풍 곤파스가 닥친 서울·경기지역의 플라타너스 수십 그루가 넘어져 큰 피해를 냈다. 그제 대구에서도 플라타너스가 넘어져 일대 교통이 통제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급하다.
플라타너스는 수명이 40여 년으로 짧고, 속이 빈 데다 뿌리 내림이 약해 비바람에 잘 쓰러진다. 동대구로의 명물이나 뿌리가 얕아 근심거리가 된 히말라야시다와 비슷하다. 시간의 흐름까지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자연은 또 하나를 일깨운다.
현재 전국의 가로수는 150여 종에 모두 680만 그루다. 벚나무(21.5%)와 은행나무(14.8%)가 가장 많다. 느티나무·단풍나무와 더불어 플라타너스(4.2%)도 적지 않다. 지난해 충주시는 플라타너스 때문에 열차 운행이 중단되자 도심 진입 구간의 수령 45년이 넘은 플라타너스 50여 그루를 베어 냈다가 큰 반발을 불렀다. 대구도 이를 교훈 삼아 사고에 대비하면서 조금씩 플라타너스의 퇴장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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