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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 추억의 TV] <6> 그때 그시절 외화 -1-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시즌1.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시즌1. 매일신문DB

▶TV 제작 환경이 지금처럼 풍족하진 않았기에, 요즘처럼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일본 만화영화와 함께 미국 드라마가 TV 편성표를 채웠습니다. 바로 '외화'입니다. 요즘 말로는 미국에서 만든 드라마라는 뜻의 '미드'겠네요. 다수의 젊은이들은 미드가 최근 '핫'해진 줄 알지만, 실은 우리나라 TV 역사 초기부터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앞서 '수사반장' 등 1970년대에 인기를 얻은 국내 TV 수사물을 소개해드렸는데요. 미국에서도 수사물은 인기였습니다.

'형사 콜롬보'가 대표적입니다. '바바리 코트'를 입은 형사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수사반장은 물론, 세계 수사물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故) 피터 포크가 착용한 바바리 코트는 비록 허름하지만 범인을 좇는 직관력은 '쌔끈한' 로스앤젤레스 경찰청 경위 콜롬보를 연기했습니다.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의 원제는 그냥 '콜롬보'(Columbo)입니다. 1968년 2월 20일 미국 NBC에서 첫 방송됐습니다. 한국엔 1974년 4월 6일부터 KBS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쯤에 방영됐습니다. 당시 MBC에서는 수사반장을 틀어줬지요. 수사반장은 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 방송됐으니 시간이 겹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KBS가 MBC에 수사물 대결 맞불을 놓은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형사 콜롬보는 주인공이 바바리 코트를 입는다는 점(피터 포크 VS 최불암)을 제외하면 수사반장과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범인 설정이 대표적입니다. 수사반장에는 도둑, 소매치기, 강도 등 일반적인 범죄자가 주로 등장했는데요. 형사 콜롬보는 대부분의 범인이 명망가, 부자, 연예인 등이었습니다. 범죄도 살인 위주였습니다.

이야기 구성도 달랐습니다. 형사 콜롬보는 특이하게도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을 먼저 보여줍니다. 시청자들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 드라마를 시청합니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 속 콜롬보는 그걸 모릅니다. 결국 시청자들은 콜롬보가 사건의 실마리를 어떻게 하나 둘 푸는지 보며 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구성이 어릴 적 저의 눈에도 꽤 참신해보였습니다.

최근 수사물 드라마
최근 수사물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에 출연한 과거 드라마 '수사반장'의 주인공 최불암. 일명 '바바리 코트'를 걸쳤다. TV 화면 캡처

아무튼 1970년대는 TV 채널도, 프로그램도 많지 않던 때에 수사물의 다양한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봅니다. 형사 콜롬보의 에피소드 가운데 '지문 있는 명화'와 '이중노출'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다시 봐야겠습니다.

5-0수사대 시즌1. 매일신문DB
5-0수사대 시즌1. 매일신문DB

▶형사 콜롬보나 수사반장이 바바리 코트로 대표되는 수사물이라면, 정반대의 호쾌한 이미지를 드러낸 수사물도 있었습니다. '5-0수사대'입니다. 원제는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O). 1968년 9월 20일 CBS에서 첫 방송됐습니다. 이어 KBS에서 형사 콜롬보보다 앞서 1970년쯤부터 틀어줬습니다. '5-0'은 드라마의 극중 배경이기도 한 하와이를 가리킵니다. 미국의 '50'번째 주이니까요. 관악기가 "빠빠빠빠 빠~빠~"하는 오프닝 음악이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미국 밴드 벤쳐스(The Ventures)가 연주했는데요. KBS '출발 드림팀'과 '1박 2일'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쓰여 요즘 세대도 익숙한 음악입니다.

제5전선 출연진. 매일신문DB
제5전선 출연진. 매일신문DB

오프닝 음악이 유명한 외화라고 하니 '제5전선'도 떠오릅니다. 이 드라마도 제목에 붙은 숫자 '5'에 의미가 있습니다. No.5는 스파이, 즉 첩보원을 뜻한다는군요. 제5열 또는 5번째 부대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보통 조직하는 4개 부대 외에 은밀하게 편성돼 적국에서 각종 모략 활동을 하는 요원들을 가리킵니다.

KBS에서 1969년쯤부터 방영한 이 드라마의 원제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입니다. 1966년 9월 17일 CBS에서 첫 방영됐습니다. 이후 톰 크루즈가 주연 '에단 헌트'를 맡은 같은 제목의 블록버스터 영화 시리즈를 낳습니다. 젊은 세대는 영화가 더 익숙하지요.

그런데 이 드라마의 오프닝 음악이 영화에도 그대로 쓰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음악의 거장 랄로 쉬프린이 만들었습니다.

미션임파서블 영화 1편 속 톰 크루즈. 네이버 영화
미션임파서블 영화 1편 속 톰 크루즈. 네이버 영화

1970년대에 방영된 드라마와 1996년 1탄부터 이어지고 있는 영화를 모두 접한 소감은 이렇습니다. 영화에서는 에단 헌트의 원맨쇼가 펼쳐지는 반면, 드라마의 경우 현장에서 '몸으로' 뛰는 요원, 미인계를 펼치는 요원, 전자장비를 잘 다루는 요원, 변장과 자물쇠 따기 등 각종 잡기에 능한 요원 등이 팀워크를 이뤘습니다. 영화야 아무래도 분량이 제한돼 있으니 그랬겠지만, 아무튼 원작인 드라마가 좀 더 사실적이었습니다.

숫자 '5'는 이 드라마에 또 나옵니다. 미션 지령을 들려준 테이프에서 "이 테이프는 5초 후 자동 소각됩니다"라는 메시지가 흘러나온 뒤 실제로 테이프가 불에 타는 장면에서요.

미션임파서블 드라마 속 테이프 자동 소각 장면. 영상 캡처
미션임파서블 드라마 속 테이프 자동 소각 장면. 영상 캡처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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