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돈의문이 열려있다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지난 9월 1일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시간안의 상처' 컨템포러리 발레 공연을 관람했다. 미국 애틀랜타 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로 활약했던 안무가 김유미 씨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공연을 펼친 김유미 씨의 모습을 지난 2월 KBS '요리인류 서울의 맛'에서 시청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강북삼성병원과 서울역사박물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일주일 뒤 다시 찾았다. 돈의문(서대문) 터 근처의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 가옥, 근현대 골목길까지 옛 시간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시간안의 상처' 공연이 열렸던 서울도시건축센터부터 들렀다. 무용 공연 때는 임시로 설치된 무대 때문에 제대로 관람하기 힘들었던 '돈의문이 열려 있다' 사진 전시회를 살펴봤다. 보도사진가 이경모(1926~2001) 작가가 촬영한 1957년 여의도 공항과 시기미상의 덕수궁 사진 작품을 구입했다. 옛 국세청 남대문 별관 자리에 들어서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을 소개하면서 마음에 드는 이름과 로고 디자인에 투표해 달라는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경주의 한옥호텔 '라궁'과 대구 '임재양외과'를 설계한 구가도시건축 조정구 대표의 해설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 개발 과정이 돈의문 전시관에서 상세히 소개되고 있었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연대표가 인상 깊었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의 신간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는 지역사회에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올라와서 한식집을 운영하면서 2015년 이사 갈 때까지 동네 얼굴 같은 역할을 했던 '안동회관' 김여환 사장의 인터뷰 동영상이 흥미로웠다. MBC 드라마 수사반장을 제작할 때 중국집 배달통 등 소품을 빌려주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수사반장 최불암과 킹레코드에 소속됐던 가수들을 꼽았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뒤 돈의문박물관마을 방문을 마무리하려고 대로변으로 이동했다. '고스트타운레코즈' 간판이 걸린 1층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고스트타운레코즈는 음악가, 퍼포머, 디자이너들이 본인의 작품 소개와 홍보,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쇼케이스 형태의 공간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새로 시작한 음악, 예술 프로젝트다.

고스트타운레코즈에서 싱어송라이터 이인혜가 이끄는 드림팝 밴드 '변화무쌍'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도심 대로변에서 홍대 인디밴드의 공연을 무료로 관람하게 되어 반가웠다. 13㎡(4평) 규모의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변화무쌍'이 발표한 2장의 앨범을 구입해서 들어봤다. '바람'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은 더 이상 하나의 공간에 하나의 장르나 형식을 다루는 것이 무의미하게 된 데서 생겨난 것'이라는 어느 신문 기사에 공감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서울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역동적인 복합문화공간이 공연문화도시 대구에서도 늘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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