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에게 말하기를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여삐 여겨 사랑할까…내 편지를 보시고 내 꿈에 자세히 와서 말하십시오…하도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1998년 4월, 안동에서 고성 이씨 이응태 무덤에서 편지 한 통이 나왔다. 31세에 죽은 남편 '원이 아바님'을 그리워한 '원이' 엄마가 생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을 섞어 만든 미투리 한 켤레와 함께 남편 관 속에 넣어 부친 절절한 편지다.
1586년에 쓴 한 통의 한글 편지는 나라 안팎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함께 살자면서 '밴 자식' 원이마저 두고 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저승길을 훌훌 떠났으니 산 사람의 애끊는 마음은 어떠했으랴.
400년 전 한 여인의 편지로 뒷사람들은 이승에서의 못다 한 부부 사랑을 안타까워했고, 이는 시와 소설 등 다양한 글감이 됐다. 나라 밖 언론도 남북 강산 남쪽 안동 고을의 애달픈 부부 사랑을 널리 알려 세상 사람 심금을 울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라 부를 만했다.
그런데 지금 또 다른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화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공개한 북쪽 강산 평양 고을의 '김정은 위원장에게 받은 특별한 편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편지"라며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란 격찬도 했다.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 노력과 함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찬사를 하니 평양 편지에 담긴 내용이 자못 궁금하다.
평양 편지가 '가장 아름다운 편지'가 되는 길은 하나다. 분명하고 믿을 만한 비핵화 약속과 이행이다. 이는 남북 강산과 세계를 위한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되고도 남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양 편지를 간절히 바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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